['장하성펀드' 대한화섬 지분취득] "한국판 소버린 떴다" 재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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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펀드(이하 장하성 펀드)가 사실상 태광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재계와 시장도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소버린 아이칸 등 국내 기업의 기업가치 개선을 요구하면서 M&A(인수·합병) 의도를 나타낸 외국계 펀드는 있었지만 역외에 설립된 국내 펀드가 대기업을 직접 겨냥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화섬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0.94%에 달해 지배구조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한 데도 이날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것은 시장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또 주인공이 소버린과 SK그룹의 경영권 분쟁 당시 개입한 참여연대의 핵심 멤버였던 장하성 교수와 소버린의 금융 자문을 맡았던 라자드라는 점도 이채로운 대목이다.
○왜 대한화섬 겨냥했나
장하성 교수는 "대한화섬은 풍부한 자산을 보유하는 등 좋은 회사인 데도 태광그룹의 심각한 지배구조 문제로 제 가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화섬의 순자산 가치는 4600억원에 달하지만 시가 총액은 999억원 수준에 불과하며 이는 지배구조 문제로 비효율적인 자산 운용이 불러일으킨 결과라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대한화섬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인 페트병 관련 사업을 중단하고도 새로운 계획이 전혀 없다"며 "반면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케이블TV 사업과 금융 사업 진출 지원을 위해 우리홈쇼핑 지분 취득과 상호저축은행 지분 취득 등을 대행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대한화섬은 모기업인 태광산업과의 내부거래 규모가 50% 이상에 달하고 일부 직원이 양사에 공동으로 재직하는 이상한 구조로 돼 있다는 주장이다.
장 교수는 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법적인 방안 등 여러 압박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며 "소버린과 SK그룹 간 다툼은 2년 반가량 진행됐지만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에 걸쳐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하성 펀드 관계자는 "대한화섬만을 보기보다는 넓게 봐야 한다"며 사실상 태광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나설 뜻임을 내비쳤다.
그는 태광산업 등의 지분 매입 여부에 대해선 '노 코멘트'했지만 업계에선 이미 태광산업 지분 취득에도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태광그룹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이 사행성 게임용 상품권을 발행하면서 수천억원대의 이득을 대주주에 안겨준 혐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측은 "지배구조가 잘못됐다는 평가는 지나친 비약"이라며 "현재로서는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른 기업 지분도 매입할 것"
장하성 펀드는 100여개 정도의 회사를 방문해 지배구조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살펴본 기업 중에 지배구조가 기업 경쟁력 약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회사로 태광그룹이 꼽혔다"며 "이에 따라 1차 목표로 태광그룹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이번에는 대한화섬에 대해서만 공시했을 뿐"이라며 "기업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다른 기업들 역시 지분 매입 후 개선을 요청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성 펀드는 앞으로 10여개 기업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연내 펀드 규모를 2000억원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장 교수는 "투자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위해 펀드 규모를 적정 수준에서 제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 경영진이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우호적으로 나선다면 적대적으로 대응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뜻을 투자자들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그동안 소버린 아이칸 등 국내 기업의 기업가치 개선을 요구하면서 M&A(인수·합병) 의도를 나타낸 외국계 펀드는 있었지만 역외에 설립된 국내 펀드가 대기업을 직접 겨냥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화섬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0.94%에 달해 지배구조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한 데도 이날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것은 시장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또 주인공이 소버린과 SK그룹의 경영권 분쟁 당시 개입한 참여연대의 핵심 멤버였던 장하성 교수와 소버린의 금융 자문을 맡았던 라자드라는 점도 이채로운 대목이다.
○왜 대한화섬 겨냥했나
장하성 교수는 "대한화섬은 풍부한 자산을 보유하는 등 좋은 회사인 데도 태광그룹의 심각한 지배구조 문제로 제 가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화섬의 순자산 가치는 4600억원에 달하지만 시가 총액은 999억원 수준에 불과하며 이는 지배구조 문제로 비효율적인 자산 운용이 불러일으킨 결과라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대한화섬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인 페트병 관련 사업을 중단하고도 새로운 계획이 전혀 없다"며 "반면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케이블TV 사업과 금융 사업 진출 지원을 위해 우리홈쇼핑 지분 취득과 상호저축은행 지분 취득 등을 대행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대한화섬은 모기업인 태광산업과의 내부거래 규모가 50% 이상에 달하고 일부 직원이 양사에 공동으로 재직하는 이상한 구조로 돼 있다는 주장이다.
장 교수는 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법적인 방안 등 여러 압박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며 "소버린과 SK그룹 간 다툼은 2년 반가량 진행됐지만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에 걸쳐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하성 펀드 관계자는 "대한화섬만을 보기보다는 넓게 봐야 한다"며 사실상 태광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나설 뜻임을 내비쳤다.
그는 태광산업 등의 지분 매입 여부에 대해선 '노 코멘트'했지만 업계에선 이미 태광산업 지분 취득에도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태광그룹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이 사행성 게임용 상품권을 발행하면서 수천억원대의 이득을 대주주에 안겨준 혐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측은 "지배구조가 잘못됐다는 평가는 지나친 비약"이라며 "현재로서는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른 기업 지분도 매입할 것"
장하성 펀드는 100여개 정도의 회사를 방문해 지배구조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살펴본 기업 중에 지배구조가 기업 경쟁력 약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회사로 태광그룹이 꼽혔다"며 "이에 따라 1차 목표로 태광그룹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이번에는 대한화섬에 대해서만 공시했을 뿐"이라며 "기업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다른 기업들 역시 지분 매입 후 개선을 요청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성 펀드는 앞으로 10여개 기업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연내 펀드 규모를 2000억원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장 교수는 "투자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위해 펀드 규모를 적정 수준에서 제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 경영진이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우호적으로 나선다면 적대적으로 대응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뜻을 투자자들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