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Korea Corporate Governance Fund)가 대한화섬[003830] 지분 5%를 확보해 이 회사가 소속된 태광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선에 본격 나섰다.

미국의 투자자문사인 라자드에셋 매니지먼트 엘엘씨(특별관계인 2인 포함)는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대한화섬 주식 6만8천406주(5.15%)를 확보했다고 23일 공시했다.

라자드에셋의 특별관계인인 코리아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펀드(Korea Corporate Governance Fund PLC)와 LFNY Funding Ltd LLC는 지난 4월부터 대한화섬 주식을 취득해, 22일 현재 각각 6만7천6주(5.05%), 1천400주(0.10%)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보유 목적에 경영 참여라고 명시하고 "소액주주 권리의 개선,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회사와 그 계열사들 간 거래 투명성 개선 ,배당금 증액, 주주이익을 저해하는 유휴자산의 매각 등을 회사측에 요구했다.

코리아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펀드는 장하성(53) 고려대 교수(경영대학장)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4월부터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천3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해 만든 펀드로 아일랜드에 등록돼 있으며 펀드의 운용은 라자드의 한국 책임자 존 리(48)가 맡고 있다.

장 교수는 이날 "대한화섬은 풍부한 자산을 보유하는 등 좋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회사"라며 "최근 대한화섬의 지분 매입과 함께 회사 경영진에 요구사항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 경영진이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우호적으로 나선다면 적대적으로 대응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법적인 방안 등 여러 가지 압박 수단을 고려하고 있으며 앞으로 소버린자산운용과 SK 간 다툼은 2년 반 가량 진행됐지만 이 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에 걸쳐, 장기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라며 대한화섬의 지배구조 개선에 본격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대한화섬의 현재 순자산가치는 4천600억원에 달하는 반면 시가총액은 800억~900억원 수준에 불과, 주가 수준이 순자산가치의 5분의 1정도 밖에 안된다"며 "자산운용이 전반적으로 잘못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한화섬이 최근 주력 사업인 페트병관련 사업을 중단하고도 새로운 사업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는 데 반해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케이블 TV사업 및 금융산업 진출 지원을 위해 우리홈쇼핑 지분 취득과 상호저축은행 지분 취득 등을 대행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그는 "배당수익률은 시가 기준으로 1.3%에 불과한 반면 사실상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개인 회사나 계열사 등에 400억원 이상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대한화섬은 모기업인 태광산업[003240]과의 내부거래 규모도 50% 이상에 달하고 일부 직원은 양사에 공동으로 재직하는 이상한 구조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장 교수의 움직임에 대해, 증권가에선 장 교수가 주축이 된 장하성펀드가 대한화섬 지분 취득을 계기로 모기업인 태광산업을 포함한 태광그룹 전체를 지배구조 개선 대상의 첫 케이스로 삼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이 펀드는 대한화섬 지분 외에도 태광산업 지분도 일부 취득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