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파문 어디까지] 문화부 - 영등위 진흙탕 싸움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게임이 확산된 것에 대해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사이에 '책임전가'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권장희씨 등 전직 영등위 위원들은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경품용 상품권을 유통시킨 문화부에 근원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동채 김명곤 등 전현직 문화부 장관들은 사행성 게임을 허가하고 등급 분류 기준 강화를 미룬 영등위 측을 질책하고 나섰다.

○문화부가 규제 완화로 사행성 게임 조장=2002년 6월부터 2005년 5월까지 영등위 아케이드게임 소위원장을 지낸 권장희씨는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영등위가 공고한 사행성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심의기준 강화방안 조항을 문화부가 사행성을 조장하는 쪽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그는 문화부가 성인용 사행성 게임과 관련된 영등위의 규제 강화의견을 묵살하고 대거 완화된 방안을 제시한 '게임제공업용 게임물 등급 분류 개정에 대한 의견 제출'이란 제목의 공문 (2004년 5월)도 공개했다.

권씨는 "문화부가 공문에서 등급 분류 신청시 내장된 상품 내역과 동일한 내용이 나와야 한다는 항목을 삭제해 이후 상품권 난립을 허용한 근거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영등위가 최고 배당률을 20배로 제한한 것을 문화부가 삭제하고 최고 배당률이 100배까지 가능하도록 요구해 결국 심의 기준에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성인용 게임의 최고 당첨액을 진행시간에 따라 8등급으로 나눠 최고당첨액을 1000원~2만원 이하로 제한한 영등위 안에 대해 등급을 3개로 나눠 최고 당첨점수를 2만점 이하로 제한하는 수정안을 내놓아 사실상 최고당첨금을 상향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독립기구인 영등위에 문화부 압력 안 통해=권 전위원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문화부는 이날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당첨액을 8개 등급에서 3개 등급으로 줄인 것은 단속의 실효성을 기하고자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게임기 연결대수를 최대 60대로 하자는 영등위안을 삭제토록 한 것은 60대의 네트워크가 연결될 경우 오히려 당첨액이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명곤 문화부 장관은 21일 국회에 출석해 "문화부가 2004년 2∼5월 다섯 차례에 걸쳐 영등위에 공문을 보내 사행성 성인게임기에 대해 재심의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장관을 지낸 정동채 열린우리당 의원도 "장관 시절 사행성게임 전반에 대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고 회의도 여러 번 했지만 영등위가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등급에 대해 문화부는 전혀 관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