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벌어들인 돈을 쌓아놓으면서 유보율(잉여금/자본금)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미래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제조업체중 관리종목이나 전년과 실적 비교가 불가능한 곳을 제외한 539개사의 6월 말 현재 유보율은 평균 597.61%였다.

이는 지난해 말의 574.36%보다 23.2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특히 10대그룹은 유보율이 700%를 넘어서 재무 안정성이 지나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보율이란 잉여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영업활동이나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 가운데 얼마만큼을 사내에 쌓아두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이 비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무상증자 자사주매입 배당 등을 위한 자금 여력이 크다는 의미가 있지만,투자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고여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지닌다.

12월 결산 제조업체들의 유보율이 높아진 것은 6월 말 현재 잉여금이 313조4450억원으로 6개월 전보다 5.27% 늘어난 반면 자본금은 52조4494억원으로 1.17%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고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 등의 여파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긴 했지만 꾸준한 이익을 내면서 잉여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10대 그룹의 경우 6월 말 현재 잉여금과 자본금은 각각 144조9651억원과 20조5276억원으로,유보율이 지난해 12월 말 665.4%에서 706.2%로 40.8%포인트나 높아졌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61.9%포인트 증가한 1225.3%로 가장 높았고 SK가 41.6%포인트 높아진 1157.2%로 뒤를 이었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 상장으로 대규모 주식발행초과금이 유입되면서 유보율이 1008.1%로 349.4%포인트나 급등했다.

개별 기업별로는 태광산업이 2만5712%로 유보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SK텔레콤(2만3198%)△롯데제과(1만7546%)△롯데칠성음료(1만4143%)△남양유업(1만2428%)△영풍(5550%)△BYC(5230%)△삼성전자(5167%)△고려제강(5128%)△KCTC(옛 고려종합운수 4860%) 등의 순이었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 좀 더 신경을 쓴다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 투자를 안 한다는 뜻"이라며 "일자리가 늘지 못하고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경기주기가 짧아지는 것도 기업들의 저조한 투자가 원인"이라며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