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부산지역의 부민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왔다.

강력한 인수후보는 솔로몬저축은행과 SLS그룹.'SLS'란 이름이 금융권에 정식으로 등장한 순간이었다.

한창 몸집을 불리고 있는 솔로몬이야 그렇다치고 금융가에선 이름이 생소한, 그것도 중공업 회사가 왜 저축은행을 살려고 할까.

저축은행 업계에선 '뜨내기가 한번 찔러나 보려는 속셈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것 아닌가'하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최종 인수자는 SLS그룹으로 결정되었다.

SLS그룹의 모체는 1994년 설립된 철도차량 공급업체 SLS중공업.이를 필두로 △SLS조선 △한국철도부품 △SP스틸 등 제조부문과 △SLS캐피탈 △부민저축은행 △KF신용정보의 금융부문 등 크게 두 분야로 나뉘어 있다.

특히 '저축은행-캐피털-신용정보'로 구성된 금융부문은 서민 소비자금융업에 꼭 필요한 3개 업태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개인 신용등급 7∼9등급 사이에 위치한 저신용자들의 경우 급전이 필요해도 은행의 대출심사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저축은행과 캐피털회사는 주로 이같이 신용이 낮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탓에 리스크도 높다.

연 50%(캐피털)나 30∼40%의 이자를 받고 있지만 늘어나는 연체가 고민이다.

따라서 이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채권회수 전문 신용정보회사가 있으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SLS그룹은 서민 소비자금융으로 특화하기 위해 이 세 가지 업태를 유기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창업 이후 철도차량 제작에 주력해 오던 SLS그룹이 금융업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2003년 2월.신용보증기금의 자회사였던 신보캐피탈을 인수한 것이 계기가 됐다.

SLS중공업의 창업자로 당시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골몰하던 이국철 회장이 옛 서울은행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을 거친 이우돈 SLS캐피탈 사장의 조언을 받아 '국내 금융업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려 결정했다.

신보캐피탈은 SLS중공업에 인수된 이후 경영 정상화 과정을 거쳐 2004년 7월 SLS캐피탈로 사명을 변경했다.

SLS캐피탈은 이어 2005년 3월 옛 세종신용정보인 KF신용정보를 인수,부실채권인수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SLS중공업에 인수된 직후인 2003년 3월 기준 신보캐피탈 실적은 영업손실 516억원,당기순손실 400억원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그러나 SLS그룹의 일원이 된 지 3년여 만에(2006년 6월 말 기준) 영업이익 16억원,순이익 254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경영이 정상화됐다.

KF신용정보도 2004년 말 등록 취소 직전에 SLS캐피탈에 인수된 이후 1년 만에 자산관리공사 금융채권(희망모아) 5000억원의 채권회수를 위탁받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KF신용정보는 현재 채권회수율 기준으로 총 18개 업체 가운데 9위를 기록하고 있다.

SLS그룹은 SLS캐피탈과 KF신용정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기업 정상화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민저축은행을 인수했고,이와 동시에 SLS중공업이 8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박우양 부민저축은행 사장은 "SLS금융그룹의 경우 서민 소비자금융시장 공략은 물론 중공업 등 계열 제조회사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전략을 짜 놓았다"며 "지금은 인수·합병(M&A) 이후 계열사의 자산건전성 개선 과정에 힘이 실려 있는 상황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보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