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업계가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영국발 미국행 비행기에 테러를 시도하려던 테러범들이 무더기로 검거된 탓이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악몽에서 벗어나 올해 흑자로 돌아서려던 미국 항공업계는 다시 적자 행진을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항공업계 외에 공항 면세점의 주류와 향수 및 화장품 등 고가품 판매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테러 음모 적발이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 최대 타격은 미국 항공업계

이번 테러 음모 적발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항공산업.그 중에서도 미국 항공사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테러범들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미국 항공사를 목표로 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들 항공기를 이용하려던 사람은 아무래도 꺼릴 수밖에 없다.

또 모든 액체 물품의 기내 반입이 금지되는 등 미국 공항의 검색이 한층 까다로워져 비행기 대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려는 사람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항공사들의 손님은 줄어들고 다시 적자 행진이라는 터널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 항공업계는 2001년 9·11 테러 여파로 작년까지 35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유나이티드항공 등 대부분 항공사들이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올 2분기 들어 간신히 적자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메리칸 컨티넨털 델타 등 3개 항공사의 경우 작년에 47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올 1분기에는 22억달러로 적자폭이 줄어든 데 이어 2분기에는 마침내 6억달러의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 여름 성수기를 맞아 한창 영업이 잘 되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적자 탈출도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이번 테러 음모로 인해 적자 탈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신용평가회사인 S&P는 이런 점을 감안,미국 항공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긍정적'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항공업계로서는 9·11 테러라는 긴 터널에서 막 빠져 나오려는 순간 새로운 터널을 만난 셈이다.

◆ 공항 면세점 타격 클 듯

물론 이번 테러 음모는 지난번 9·11 테러와는 다른 만큼 충격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하다.

앞으로 1주일 동안 추가 테러 위험이 나타나지 않고 까다로워진 공항 검색을 다소 완화할 경우 정상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9·11 테러에 대한 아픈 경험이 있는 만큼 쉽게 정상화할지는 미지수다.

항공업종 외에 당장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공항 면세점이다.

면세점 중에서도 주류와 향수 화장품 의 타격이 심할 전망이다.

특히 주류는 세계 면세점에서 팔리는 소비재 물품의 80%가량을 점하고 있는 만큼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호텔 등 관광업계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테러 음모 적발이 미국 경제 전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와초비아 증권의 제이 브라이슨은 "작년 런던 지하철 폭파 사건 당시도 영향이 거의 없었다"며 "미국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미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