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대학들이 너도나도 송도에 관심을 가지지만 이화여대는 교통이 편리하고 멀지 않은 곳에 '교육단지'를 건립할 생각입니다."

이달 공식 임기를 시작한 이배용 이화여대 신임 총장(59)이 10일 교내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장은 "최근 대학들이 송도 캠퍼스 건립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너무 많은 대학이 몰리는 것은 불균형을 초래한다"며 "송도 이외의 지역에 학생들이 일정기간(1년 이내) 머물면서 자연속에서 영어 및 인성교육, 특성화된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단지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 몇몇 지역을 검토하고 있지만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등 부작용이 생길까 우려돼 최종 결정 단계까지 예정지를 발표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빠르면 올해안에 부지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예산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총장은 재직 임기동안 1000억원의 기부금을 모금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상당수 대학들이 연구시설 및 교육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규모가 큰 제2캠퍼스 건립을 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 총장의 구상은 다소 방향이 다르다.

지역사회와 융화되는 친환경적인 공간에서 마치 '영어마을'형태의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실제 이화여대는 1980년대에 충북 천안시 북면 은지리에 지방 캠퍼스 건설을 검토했다가 재학생과 동문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 총장은 세계 100대 명문대 진입과 아시아의 여성교육 허브 구축하기 위해 국제화 교육에도 주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장 내년 입학생부터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최소 4과목 수강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해외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국제학위제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 총장은 "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주요 10개 대학을 거점 대학으로 선정해 다양한 파트너십을 맺고 재학생의 10~20% 이상이 외국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중국 베이징대학은 '이화의 날'제정도 준비하고 있을 만큼 협력관계가 돈독하다"고 소개했다.

이날 이 총장은 (한국)역사학자답게 교내 본관 뒤편 '아령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아령당은 이대 가정학과의 실습실로 사용됐던 전통 한옥 건물로 잔디가 깔린 앞뜰과 주변 풍경이 유독 아름다운 곳.이 총장은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의 부인 아령왕비는 단순한 국모(國母)가 아니라 직접 길쌈에 나서는 등 국가의 경제활동을 독려하는 '일하는 여성 지도자상(像)"이라며 "한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으로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은 이화가 이런 여성들을 양성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이화여대와 동 대학원,서강대 대학원에서 한국사를 전공하고 1985년부터 20여년간 이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또 한국여성연구원 원장,한국사상사학회 및 한국여성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편 종갓집 맏며느리로 집안에서는 때마다 60여명 분의 음식을 손수 차리곤 한다는 이 총장은 종가 맏며느리야 말로 진정한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국내 유명 종갓집 맏며느리 10명을 인터뷰한 책을 곧 발간할 예정이기도 하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