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운영 전문가로서 경력을 인정받은 것이지 여성이라고 어떤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중박)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멋지고 활기찬 곳으로 만들라는 주문이라고 생각해요."

8일 여성 및 외부인사로는 처음으로 차관급인 국립중앙박물관장에 내정된 김홍남씨(58·국립민속박물관장)의 소감이다.

김 관장은 이날 오후 민속박물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됐다고 믿지는 않는다"며 이화여대박물관장 6년,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에서의 7~8년,민속박물관장 3년 등의 경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엄청난 문화적 가치를 지닌 기관의 선장으로서 거대한 배를 이끌게 돼 두렵고 또한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중박은 정통 역사박물관으로서 현재와 미래의 한국 문화를 위해 많은 시그널(신호)을 보내게 돼 있는데 그 신호가 굉장히 풍부했으면 좋겠어요.

국내에는 물론 해외까지 그 신호가 전달돼서 우리 역사와 문화의 가치가 국제적으로 더 인식되도록 말입니다."

김 관장은 "중박이 지금까지는 새 건물을 지어 이사하고 자리잡느라 바빴지만 앞으로는 다른 쪽에 에너지를 쏟도록 방향을 틀 것"이라고 했다.

중박의 운영에 있어 적잖은 변화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우리만 동양 최대 박물관이라고 떠들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남들이 알아줘야지요.

문제는 건물의 규모가 아니라 콘텐츠와 질입니다.

남들로부터 동양 최대 박물관으로 인정받으려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외부와도 끊임없이 교류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또 박물관의 양대 기능은 전시와 교육인데 이 둘을 효과적으로 연계시켜 시너지를 내야 해요.

박물관은 유물 전시를 통해 교육하는 게 최우선이거든요."

김 관장은 "선진 박물관들의 국제적인 현주소를 파악해 그들이 들을 수 있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박물관인들이 깨어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세계적인 박물관들이 생태박물관으로 거듭나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 그렇지 못하고,체험 중심의 기능도 적다고 그는 설명했다.

3년 전 중박 관장직에 응모했다가 고배를 마셨던 김 관장은 "고고학·미술사·민속학 등의 학문적 경계 허물기와 조직내 부서 간 벽 허물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