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차관급 인사는 '결원 보충'의 성격이 강했다.

고위 공무원단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행한 대규모 차관급 인사로 2,3급 중에서 차관으로 발탁되는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질 것인지를 놓고 관가의 주목을 받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발탁은 없었다.

공무원사회 흔들기보다는 각 부처의 안정적인 틀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이는 재임기간 18개월을 넘은 차관급을 우선 인사 검토 대상으로 삼은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 기간을 넘겼다고 해서 교체하거나,채우지 않았다고 해서 유임시키는 원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우선 공석 중이던 기획예산처 차관 자리도 '관례에 따라' 정해방 재정운용실장이 맡았고 행정자치부 농림부 문화관광부 해양수산부 차관 역시 내부 서열에 따른 승진 인사가 이뤄졌다.

외교·안보·국방 쪽에서는 개인 사정으로 사표를 제출한 김정일 방위사업청장 후임을 제외하면 대상 자체가 없었다.

권동옥 해양경찰청장 역시 최초로 해경 출신이 청장에 오르는 선례를 남겼다.

그러나 통계청장의 경우 내부 승진을 기대했으나 전문성을 인정받은 김대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공사로 결정이 났다.

안정적인 경제정책 운영을 위해 경제부처 차관들은 오랜 근무기간에도 불구,대부분 유임됐다.

박병원 재경부 1차관의 경우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고교 동기이고 재임기간도 1년3개월이 넘어 교체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으나 유임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양천식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도 취임한 지 만 2년 가까이에 이르지만 교체 대상에서 빠졌다.

눈에 띄는 인사로는 신임 김병배 공정위 부위원장.당초 허선 공정위 사무처장 등이 유력했으나 고위공무원단 출범 정신에 맞춰 고시 기수와 직제상의 서열을 깬 유일한 인사로 주목받고 있다.

직제상 선임인 차장을 제치고 임명된 이선희 신임 방위사업청장도 관례를 깬 케이스다.

한때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천호선 의전비서관의 차관 발탁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마지막 검토 단계에서 '보은 인사' 논란 등의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인사에서 유일하게 여성으로 뽑힌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여성전문가 발탁 차원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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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