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상시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이들의 임금과 근로 조건을 정규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먼저 모범을 보임으로써 민간 기업이 비정규직 고용 개선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이번 대책은 경비 절감을 통해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정부의 기존 입장에 배치되고 민간기업 비정규직의 기대감을 높여 노사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조치로 인해 고용 시장의 유연성이 약화돼 기업 경쟁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누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나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교육 부문,공기업,지자체,중앙행정기관 종사자 등 모두 31만1666명이다.

공공부문 전체 인원 155만4000여명의 2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상시적·지속적 업무를 담당하며 계약 기간을 반복적으로 갱신하는 기간제 근로자 5만4000여명이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구제받는다.

노동법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인 무기계약 근로자들로 분류되는 셈이다.

무기계약 근로자로 인정되면 임금 및 근로 조건이 정규직 수준으로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정규직화가 공무원이나 정규직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노동부의 직업상담원 같은 경우 공공기관에서 일하지만 공무원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 가운데 정규직화되는 직종으로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주요 직종은 조리보조원(14.2%) 사무보조원(12.9%) 전업 시간강사(3.7%) 산불감시원(3.3%) 경비원(2.6%) 등이다.

이들 중 지속적·상시적으로 근무해 온 기간제 교사,조리보조원,사무보조원 등이 정규직 수준으로 처우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결정된 것은 아니다.

노동부 관계자는 "조리보조원의 정규직화 여부는 해당 학교,시·도 교육청 및 교육부가 검토한 뒤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직종을 정규직화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문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경우,조교 등 수련 과정에 있는 인력을 사용할 경우 등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비정규직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점과 파장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행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계는 그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가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민간 부문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

특히 비정규직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집단 행동을 벌일 경우 노사 갈등이 심화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번 대책의 당사자인 공기업들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대책을 시행하기 위해선 27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노동부는 추정하고 있다.

이 중 1500억원가량은 해당 공기업이나 교육기관 등이 부담해야 할 판이다.

이번 대책은 공공부문 인건비 감축과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정부의 공공분야 혁신 방향과도 배치된다는 비난이 높다.

취업의 기회 균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직장을 구할 때 수많은 일자리 가운데 자신의 능력과 조건 등을 고려해 선택했는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처우만 개선한다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규모를 2007년 말까지 확정할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행정자치부와 기획예산처 등과의 협의를 거쳐 인력 규모와 예산을 결정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을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비정규직 사용 규모를 조정하고 총액인건비제 시행,차별요건 사전 제거 등의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