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대의 '유럽 수제(手製) 명품'이라던 '빈센트' 손목시계가 싸구려 사기 제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 수사 결과 및 피해자 보상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8일 저가 시계를 제조,명품으로 속여 판매한 혐의(사기)로 시계 유통업체 대표 이모씨(42·일명 필립)를 구속하고 제조업자 박모씨(41)를 불구속 입건했다.

▶한경 8월8일자 A2면 참조

이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중국산 및 국산 부품으로 원가 8만~20만원대의 손목시계를 경기도 시흥의 한 공장에서 만든 뒤 '빈센트 앤 코(Vincent & Co)'라는 브랜드를 붙여 '100년간 유럽 왕실에만 한정 판매해온 스위스산 명품시계'로 둔갑시켜 개당 580만~9750만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지금까지 35개 제품을 30여명에게 총 4억4600만원을 받고 팔아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 시계의 국내 총판ㆍ대리점 운영자들을 모집하면서 총판 운영권 및 보증금 명목으로 4명으로부터 총 15억67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진 뒤 패션 스타일리스트 최모씨(37)는 "은밀할수록 유혹도 강해 빈센트 시계가 없으면 왕따 당하는 분위기였다"며 "짝퉁이라도 구입하려고 해외 명품사이트를 다 뒤졌지만 도무지 알려진 게 없어서 의문을 가졌다"고 털어놨다.

청담동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45)는 "얼마 전 홍콩에 물건을 사러가는데 동반자 중 한 사람이 홍콩 사업자들의 기를 죽여 놓겠다며 최근 구입한 빈센트 시계를 차고와 자랑했던 일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수차례 사기행각을 벌여온 인물로 확인됐다.

미국 LA 교포사회나 한국 청담동 일대에선 본명보다는 '필립'으로 통했다.

'자신도 이씨에게 10만달러를 투자했다가 한 푼도 건지지 못한 피해자'라고 신원을 밝힌 미국 LA 동포 김모씨는 이날 한경에 보내온 이메일을 통해 "이씨는 미국 LA교포 사회에서도 사기극을 벌여 오다 2005년 한국으로 도피한 인물로 이곳에서도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제보자 이모씨는 "미국 LA에 40평 규모의 그럴듯한 사무실을 마련해 놓고 (명품시계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온갖 감언이설로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2005년 살던 베버리힐 콘도를 125만달러에 팔고 한국으로 잠적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