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통시장이 뜨겁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 간에,또 외국 기업과 중국 토종 기업 간에 얽히고설킨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치열한 가격경쟁,M&A로 덩치 불리기,매장 줄지어 짓기 등 생사를 건 승부수가 날마다 튀어나온다.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영업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지만 '싸움'의 강도는 더 세진다.

지금 버텨내야 10년 뒤 5배 이상으로 커질 중국시장에 발을 담글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까지 끼어들었다.

올초 직판영업(방문판매) 허가를 1개 회사에 내주더니 6일 5개 회사에 추가로 허가장을 발부해 시장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30시간마다 매장 신규 오픈"

현재 중국에 진출한 외국 유통업체는 1000개가 훨씬 넘는다.

2년 전에는 314개에 불과했다.

작년에 1000개가 넘는 업체가 새로 허가를 받았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외국 기업이다.

월마트 까르푸 등 내로라하는 유통업체들은 선진적인 기법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작년 100대 식품유통업체의 매출 총액 중 23%를 외국계가 차지했다.

위기에 몰린 토종기업들도 대반격을 시작했다.

몸집 불리기가 대표적인 전략이다.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양판점인 구오메이의 시왕웨이 웡 영업담당이사는 "30시간마다 새로운 가게를 하나씩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구오메이는 지난달 대형 가전유통 업체인 용러를 인수해 덩치를 두 배로 키웠다.

식품유통업체인 우마트는 베이징메리마트를 사들였다.

또 가전양판업체인 따중은 수닝과 인수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에 맞서는 외국 기업의 덩치 불리기도 만만치 않다.

월마트는 올해 안에 14개 매장을 추가하고 까르푸는 현재 8개에 불과한 베이징 매장을 2008년까지 최대 50개로 늘릴 생각이다.

미국 베스트웨이는 유통업체인 오성전기를 인수했으며 또 다른 유통기업인 트러스트 마트를 놓고 월마트와 까르푸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생사를 건 한판 승부

상하이의 번화가인 구베이거리에는 7개 대형 양판점이 줄서있다.

이 거리의 인구를 따지면 3만5000명당 양판점 하나가 돌아간다.

4만8000명에 양판점 하나인 프랑스보다도 고객 수가 적다.

이처럼 도처에 경쟁자가 즐비해 지면서 갈수록 가격경쟁은 더 치열해 지고 있다.

최근 가전 양판업체인 수닝은 에어컨 가격을 25% 내렸다.

구오메이가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춘 데 대한 반격이다.

인근에 새로운 매장이 생기면 직원을 손님 처럼 들여보내 판촉활동을 방해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생긴다.

반면 지난해 광고비는 전년보다 50%나 늘었다.

대도시에 집중하던 전략도 수정했다.

내륙에도 거점을 마련 중이다.

그렇다고 매장을 우선 짓고 보자는 '막가파식'은 안 통한다.

월마트는 지역별로 소비패턴이 크게 다른 중국의 특성을 감안,5개월 동안 직원을 현지에 머물게 하며 치밀한 매장 경영 전략을 세울 정도다.

이처럼 유통경쟁이 치열해 지다 보니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메릴린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구오메이의 매출 증가율은 4.4%로 전년의 6.2%보다 줄어들었다.

백화점 체인인 롄화 역시 2.2%에서 1.9%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유통업체의 싸움은 그칠 줄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 연평균 2만5000∼10만위안을 버는 중산층 규모가 앞으로 10년 안에 5배가량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금 주저앉기에는 중국시장이 너무 매력적이라는 말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살벌한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