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출제 기관인 미국교육평가원(ETS)이 영어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평가하는 새로운 시험을 오는 12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이후 구직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많은 기업이 기존 토익 점수 외에 말하기·쓰기 시험 성적까지 전형요소로 채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올해 입사경쟁에 뛰어들 대학 졸업예정자나 졸업자는 말하기·쓰기 공부를 따로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주요 기업들의 반응이 아직 냉담하기 때문이다.

4일 한국경제신문과 취업포털 커리어가 매출 100대 기업 중 32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벌인 결과 71.9%(23곳)가 '토익 말하기·쓰기 시험의 입사시험 반영을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토익 말하기·쓰기 시험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와 관계없이 입사 성적에 반영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기업도 15.6%(5곳)에 달했다. 자체 영어 평가에 비중을 더 두겠다는 곳도 많았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잡히지는 않았다"며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영어면접 성적을 중시해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 반도체 인사담당자는 "영어 말하기 능력 평가와 관련,9월 공채대상자부터 셉트(SEPT) 응시자에게는 가산점을 줄 계획이지만 토익 말하기·쓰기 시험 응시자에게는 가산점 부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행 관계자는 "토익 신뢰도가 낮다"며 "비중 있게 검토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험을 비중 있게 검토하겠다'고 응답한 곳은 현대상선,한국수력원자력,한국가스공사 등 3곳(9.4%)뿐이었다.

현대상선 인사담당자는 "현재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가산점을 주거나 참고자료로 사용할 계획이 있다"며 "자체적으로 말하기 테스트를 보고 있는데 토익 말하기 시험을 치른 구직자의 경우 회사 시험을 면제해줘도 좋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케이티프리텔 관계자는 "토익 시험 변경에 대해 처음 듣는다"고 답해 기타응답으로 분류됐다.

커리어 다음의 김기태 사장은 "토익 말하기·쓰기 시험의 효용에 대해 주요 기업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 시험 반영 여부는 내년 하반기 공채 후에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영어면접 등 취업을 희망하는 회사가 시행 중인 시험의 경향을 파악해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ETS가 12월부터 시행할 토익 말하기·쓰기 시험은 모두 인터넷으로 실시되며 응시료는 8만원대에 이른다.

말하기는 20분 동안 11문제,쓰기는 1시간 동안 8개 문제가 각각 출제된다.

문제마다 난이도가 다르지만 어려운 말하기 문제의 경우 '돈을 적게 받아도 여가 시간을 보장하는 직업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와 같이 고도의 영어 구사능력을 요구한다.

쓰기 시험의 고난이도 문제 역시 '신문,방송,인터넷 사이트 등 구직 정보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것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를 영어로 답하라는 식의 영어 논술에 가까운 문제가 출제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