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고유가 등으로 회사가 경영위기사태를 맞고 있는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전면파업으로 회사측을 압박하는 것은 전형적인 노조 이기주의라는 게 노동계 안팎의 시각이다.
○과장 진급해도 노조원?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한 주된 이유는 조합원 가입범위 확대를 둘러싼 회사측과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노조는 지난달 31일 직원이 입사하면 반드시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 탈퇴·제명시 회사가 해고토록 하는 유니온숍 수용을 회사측에 요구하며 사실상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회사측이 거부하자 지난 1일 유니온숍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생산 및 관리직 관계없이 노조가입 범위를 대리급까지 확대하고 대리가 과장으로 진급하더라도 조합원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수정안을 회사측에 제시했다.
회사측은 그러나 "노조가 말만 유니온숍을 철회한다는 것이지 속내는 회사의 인사 및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다"면서 수용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사측은 또 현재 고유가와 환율 하락 등으로 최악의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임금 인상안은 지나치다고 맞서고 있다.
회사측은 카프로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6100만원(퇴직금 추계액 포함 7200만원)으로 동종 업계에선 상위급에 해당되는데도 노조는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에서 기본급 12.8% 인상에다 과도한 직급수당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급 인상에다 직급수당까지 포함하면 총인상률은 무려 18.8%에 달한다는 게 회사측 주장이다.
노조는 직급수당의 경우 현재 11만원 수준인 3직급은 36만6000원으로 인상하고,현재 직급수당이 없는 4∼5직급에는 26만5000원의 직급수당을 신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생산직에 대해 무리한 구조조정을 하려고 하는 데다 비조합원에게만 직책수당을 인상해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휴지조각된 무분규 선언
카프로 노조는 2004년 10월부터 50여일간 전면파업을 끝내고 회사측과 임단협에 합의하면서 무분규를 선언했다.
노조가 무분규 선언 후 1년8개월 만에 또 다시 전면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무분규선언을 휴지조각처럼 내버렸다는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또 노사는 2004년 임단협 합의 때 승급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노사는 당시 기본급 4.8% 인상,특별상여금 280% 지급,3공장 준공시 격려금 100% 추가 지급,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고소고발 취소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당초 노조가 기본급 10.7% 인상과 무노무임 원칙 철회를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상당히 양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노사는 합의안에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3호봉의 호봉 승급(정기승급분 제외)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슬그머니 포함시켰다.
1호봉에 1.2%씩 임금이 인상되기 때문에 3.6%의 추가 임금인상 효과가 발생한 것.노조는 결과적으로 전면파업을 통해 '기본급 8.4% 인상'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산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무기로 회사측을 무리하게 압박해 요구안을 얻어내려는 노조 관행은 두말할 것도 없고 파업이 끝나면 생산성 장려 격려금 등으로 무노동 무임금 손실분을 보전해주는 회사측의 퍼주기식 관행이 계속되는 한 노동계의 떼쓰기식 파업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