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우로 강원도 인제군 지역 중 피해가 유독 심했던 가리산리.2일 가리산 중턱에서 폭우로 쓰러진 채소를 일으켜 세우며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이방인 3명이 눈에 띄었다.

검은 피부에 곱슬머리를 말아올린 아프리카 '처녀'들이 그 주인공.가나 출신으로 현지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인 이들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 국제행사에 참가했다가 강원도의 폭우 피해 뉴스를 접하고 한국 대학생들과 함께 이곳까지 달려왔다.

"가나는 지구촌 가족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는 나라이고 나도 항상 남의 도움을 받는 처지였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한국과 같은 선진국을 도울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 이들 3명 중 막내뻘인 돌카스 두푸(25)는 수해 복구 작업이 힘들지만 큰 보람을 느끼는 듯 활짝 웃었다.

두푸는 "큰 힘은 안되겠지만 수재민들에게 작은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함께 강원도를 찾은 장영철 목사(45)는 이들의 자원봉사활동 참여 동기를 설명했다.

"6월27일부터 7월21일까지 4주간 국제청소년연합(IYF) 세계대회가 서울 등에서 열렸다.

주최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대회에 참석했던 이들은 '폭우 피해를 당한 강원도 주민들을 위해 도울 일이 없느냐'고 물어왔다.

마침 IYF 소속 대학생들과 자원봉사를 떠나기로 결정했기에 이들도 함께 데리고 왔다."

이들은 가나 출신 남자 선교사 3명과 함께 지난달 31일부터 사흘째 침수 가옥에서 쓰레기를 치우고,밭에 나가 쓰러진 농작물을 일으켜 세우며 수해 복구 작업에 온 힘을 쏟았다.

삽을 들고 무너져 내린 농수로를 정비하는 작업도 도왔다.

장갑을 끼고 옆에서 묵묵히 작업을 하던 줄리아나 아프라미(32)는 "점심 먹을 시간과 장소가 마땅치 않아 미리 준비해온 빵과 우유로 때웠다"며 "가나만큼 덥지는 않지만 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 허리도 아프고 땀도 많이 난다"고 말했다.

맏언니 격인 메리 코코(42)는 수재민들이 빨리 고통을 잊어버리고 행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TV를 통해 채소와 가축들이 떠내려 가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인명 피해도 컸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나쁜 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이 오는 법이다.

수재민들이 다시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원봉사활동을 하던 IYF 회원 서민우씨(23·신라대 국어국문 2)는 "이들의 표정을 볼 때마다 남들을 돕는 일에 정말 행복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수해를 입은 가리산리 주민 이선옥씨(55)는 "오전부터 오후 5시까지 자기 일처럼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 먼곳에서 여기까지 와서 도와주는 것을 보면 분명 심성이 착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철봉씨(60)도 "이런 작업을 처음 해봤을 텐데 일도 잘하더라"며 고마워했다.

인제=이태훈·이호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