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韓明淑) 총리가 논문의혹에 휩싸였던 김병준(金秉準) 부총리의 자진사퇴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막후조정을 통해 적극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교육위가 끝난뒤 "사퇴는 무슨 사퇴냐"며 자진사퇴 관측을 일축했던 김 부총리가 하루만에 결단을 내린데에는 한 총리의 설득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는 게 총리실 안팎의 전언이다.

한 총리는 교육위 직후 "의혹이 상당부분 해명됐다.

그러나 거취 문제는 이미 정치적 이슈화된 만큼, 각계 여론을 수렴해 대통령께 건의하겠다"며 당초 약속했던 입장 표명을 하루이틀 미뤘다.

이는 "교육위를 지켜본 뒤 곧바로 결심을 행동에 옮기겠다"며 해임건의권의 즉각 행사를 시사했던 전날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처럼 해석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김 부총리의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한 퇴로를 열어준 셈이 됐다.

한 총리의 입장발표 연기를 놓고 `명분쌓기'용 시간벌기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총리는 이날 교육위 후 당사자인 김 부총리, 청와대 이병완(李炳浣) 비서실장 등과 잇따라 접촉을 가진데 이어 밤에는 비상대책위회의를 마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통화를 갖는 등 심야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한 총리는 만찬제의를 거부한 김 부총리와의 통화에서 우회적으로 자진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이병완 비서실장과의 만찬에서는 교육위 이후 `사퇴 불가피'에서 `사퇴 유보' 쪽으로 미묘한 기류변화를 보이던 청와대측을 상대로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중인 여당쪽 기류를 전달하며 대책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물론 김 부총리가 한 총리와 전화통화할 때 이미 사실상 사퇴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시기만 저울질 하고 있던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취임 후 `마지막 공식일정'이 돼버린 2일 오전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정부정책현안 조정회의에 참석한 김 부총리는 당당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줘 `버티기'에 돌입한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정부정책현안 조정회의후 한 총리와 권오규(權五圭) 경제부총리, 김영주(金榮柱) 국무조정실장 등 일부 관계자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회의에 앞서 노 대통령을 만나 사의표명을 한 사실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한 총리는 김 부총리에 대한 체면도 살려주면서 해임건의라는 무리수를 피하게 됨으로써 부담을 덜게 됐다.

또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가 불거진 후 당.청간 가교 역할을 자임하며 보여온 적극적 행보로 사태를 푸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셈이 돼 향후 행보에 한층 탄력이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