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간 쿠바를 통치해온 사회주의 혁명 1세대 피델 카스트로가 은퇴 수순을 밟는가.'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80)이 장출혈로 수술을 받게 돼 동생 라울 카스트로(75·현 국방장관)에게 잠정적으로 통치권을 위임키로 함에 따라 쿠바의 미래와 사회주의권의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59년 쿠바혁명을 통해 집권한 카스트로는 현재 살아남아 권력을 유지하는 마지막 사회주의 혁명 1세대로 기록돼 있다.

카스트로 의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밤 쿠바 TV방송을 통해 방영된 서신에서 "잇따른 출장과 스트레스로 장출혈이 생겼다"며 "몸이 회복될 때까지 동생에게 일시적으로 권력을 위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수술을 받고 있으며 몇 주간 요양이 필요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2001년 연설 도중 기절한 후 카스트로 의장의 건강은 쿠바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

2004년 연설 때도 넘어지는 사고가 났었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후속 대책은 없었다.

이번에는 47년 집권 사상 처음으로 일시적이긴 하지만 권력 이양이라는 예상 밖의 카드를 꺼내 사실상 카스트로가 퇴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고 있다.

이번 조치로 카스트로 의장이 맡아온 집권 공산당 제1서기직과 군 통수권자,국가평의회 의장직은 당분간 라울 카스트로가 이어받는다.

라울은 현재 국가평의회 제1부의장이어서 의장 유고시에는 의장직을 대행할 법적 권리도 갖고 있다.

라울은 이미 1997년 공산당 대회에서 피델의 후계자로 공식적으로 지명받았다.

그는 형 피델이 사회주의를 받아들인 1961년 이전부터 공산주의 청년그룹에 속해 있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는 강경주의자에 속한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는 유연함을 보이고 있다.

쿠바가 제한적으로 시도한 시장경제 실험을 국방장관 자격으로 직접 지휘했다. 그 하나로 군이 생산한 농작물을 자유 시장에 내다 팔았고 군 스스로 대형 관광회사 가비오타를 운영했다. 1997년에는 중국을 방문,사회주의 시장경제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권력을 완전히 넘겨받으면 쿠바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이 때문에 쿠바 탈출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미국 마이애미 거리는 이날 환호 인파로 붐볐다.

이들은 쿠바 국기를 흔들고 '쿠바! 쿠바!'를 연호하며 쿠바의 변화를 주문했다.

미국 백악관의 피터 왓킨스 대변인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카스트로의 건강을 추측하긴 힘들지만 쿠바의 자유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쿠바 수도 아바나 시내는 예상외로 조용했다.

"다 문제없이 잘될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