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기전자업계를 대표하는 마쓰시타전기가 '삼성전자 타도'를 선언하고 나섰다.

나카무라 구니오 회장 뒤를 이어 지난 6월 마쓰시타의 사령탑에 오른 오쓰보 후미오 사장(61)은 31일자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가전 판매점에서 본사 PDP TV 바로 옆에 삼성전자 LCD TV가 놓여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한 뒤 "그렇지만 라이벌 삼성에 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또 져서도 안 된다"면서 삼성과 본격 경쟁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오쓰보 사장은 "AV(오디오 비디오) 사업 부문을 담당하면서 10년 전부터 급성장하는 삼성을 '의식'해 왔으나 최근에는 '의식' 수준을 넘어 삼성을 벤치 마킹 대상 1위 업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강점에 대해 "'경영 스피드'에서 마쓰시타보다 앞선다"면서 "삼성은 시장을 읽는 눈이 정확하고 의사 결정은 물론 설비 투자,PR 등에 에너지를 투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동안 일본 업계나 언론에서 '삼성 견제론'은 여러 차례 나왔으나 업계 리더격인 마쓰시타 신임 사장이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삼성을 공식적인 경쟁자로 선언하고 나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오쓰보 사장은 향후 경영 전략과 관련,"나카무라 회장은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 재편과 코스트 절감으로 수익성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매출 증대'를 추구하진 않았다"면서 "수익성이 확보된 만큼 세계가 마쓰시타의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해외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쓰보 사장은 간사이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 경영자로 1971년 마쓰시타전기에 입사한 후 35년간 한우물을 파 온 '마쓰시타 맨'.싱가포르 현지법인 사장을 거쳐 2002년부터 본사 계열사 사장을 지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