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가 사용자도 아닌 발주회사의 본사 건물을 9일간 불법 점거했던 포스코 사태를 떠오르게 하는 사건이 50년 전에도 있었다.

삼양사가 지난 27일 발간한 창립 80주년 사사(社史)에 따르면 1957년 울산지역 운수 근로자들의 파업으로 삼양사 울산 제당공장이 40일 동안 가동을 멈췄다.

이번 포스코 사태가 한국 노동운동의 시계바늘을 50년 전으로 돌려 놓은 셈이다.

◆교섭 상대 아닌 노조의 파업

1957년 삼양사를 대상으로 파업을 벌였던 대한노조 울산지구는 조선운수라는 운수 업체 소속의 종업원들로 구성돼 있었다.

삼양사는 조선운수에 원당(설탕의 원료)의 하역 및 운반을 맡긴 제3자였다.

그러나 대한노조는 사용주인 조선운수를 배제하고 삼양사에 단협 체결을 요구했다.

◆폭력으로 점철된 시위

닮은꼴은 이뿐만이 아니다.

1957년 3월10일 울산에는 비가 내렸다.

파업 때문에 바깥에 야적해 놓은 원당이 비에 젖자 삼양사 종업원들이 창고로 옮기기 위해 나섰다.

그러자 노조는 폭력을 휘두르며 이를 저지했다.

다음 날 아침 성난 노조원 80여명이 손에 곤봉을 들고 공장에 들이닥쳤다.

이들이 집기와 기물을 부수면서 사무실은 난장판이 됐다.

경찰은 폭력사태가 벌어진 지 3시간 만에 나타났다.

도착한 후에도 방관적 자세로 일관했다.

◆회사의 원칙 대응

삼양사 경영진은 당시 대책을 논의한 끝에 '무법의 상태에서 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조의 불법 행위에 원칙으로 대응키로 한 것.삼양사는 공장 종업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고 공장을 폐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50년 후 포스코도 '무조건 떼를 쓰면 먹힌다'는 노조의 '불법 농성'에 맞서 끝까지 원칙을 지켰다.

◆시민 여론이 살린 공장

갑자기 일터를 잃은 326명의 울산공장 종업원들은 "울산지방에서 유일한 대기업체로 촉망받는 공장을 폐쇄한 것은 우리 지방의 수치"임을 호소하며 조속한 공장 가동에 협조해 달라는 요지의 진정서를 울산 읍민들에게 보냈다.

울산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다른 지방은 공장 유치를 위해 혈안이 돼 있는데 가동 중인 공장 문까지 닫게 했느냐고 질타의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관장들도 더 이상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연대로 책임질 것을 서약했다.

난동에 가담했던 일부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뉘우치며 노조 탈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1957년 4월21일 삼양사 울산공장은 폐쇄 40일 만에 가동을 재개했다.

포항 시민들의 반노조 여론,이어 나온 청와대의 강영 대응 입장,노조원들의 대규모 이탈로 끝을 맺은 포스코 사태의 종말과 너무도 닮은꼴이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