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강권석 기업은행장 "기업 건강 살피는 종합병원 역할 다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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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창립 45주년 기념일인 8월 1일은 강권석 기업은행장 개인으로서도 특별한 날이다.
2004년 3월 기업은행장이 된 후 세번째로 맞는 창립기념일.어쩌면 은행장으로서 마지막 기념일이 될 수 있는 탓이다.
지난 28일 서울 을지로2가 기업은행 본점 9층 집무실.조금은 우울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만났지만 강 행장에게선 평소보다 더 강한 활기가 느껴졌다.
"연말까지 달성할 예정이었던 총자산 100조원 목표를 지난 6월 말에 벌써 달성했습니다.
취임 때 총자산 규모가 76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이지요.
그것 뿐이 아니예요.
연말까지 당기순이익 1조원 목표를 향해서도 순항 중입니다."
연초 강 행장이 올해 경영목표로 '1,10,100'이라는 세 가지 숫자를 제시했을 때 경쟁 은행들은 코웃음을 쳤다.
당기순이익 1조원,시가총액 10조원,총자산 100조원을 뜻한다.
자산 규모 100조원이라면 은행권에서 '메이저'라는 호칭을 붙이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의 규모인데,'중소기업 전문은행'이, 그것도 '의사결정이 느린 국책은행'이 어떻게 감히 메이저 반열에 오를 수 있겠냐는 냉소였다.
강 행장은 그런 비웃음을 보기좋게 날려버렸다.
'작지만 강한 은행' 정도로만 인식돼 왔던 기업은행이 '메이저'로 도약한 것이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취임 후 벌써 2년4개월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지요.
"민간부문에 와서 뛰어난 역량을 지닌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에 퇴임하면 정부의 입김이 배제된 완전한 민간영역으로 자리를 옮겨 치열하게 경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한 뒤 은행장이 됐는데 직원들 사이에서 "강 행장 취임 후 조직에 활력이 넘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공무원과 은행원은 어떻게 다른가요.
"기업은행의 경영을 맡은 이후 공무원 시절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지금 해외시장에서 잘 나간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중소기업들이 없으면 모두 허언(虛言)이 되고 맙니다.
실제 은행에 와서 방문했던 업체 가운데 반도체 검사장비를 생산하는 파이콤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가 생산 중인 검사장비로 반도체를 검사하지 않으면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수출할 수 없어요.
최근 찾았던 창원 소재 선박용 보일러 생산회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장 주변에 펜스를 쳤길래 "왜 이렇게 펜스를 쳤나"고 물으니 "일본의 경쟁 업체가 보면 안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우리 중소기업들의 힘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공무원의 현장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로 들리네요.
그런 공무원들이 최근 '은행권의 경쟁이 지나친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은행들 경쟁은 오히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봅니다.
경쟁은 은행의 '체질'을 강하게 만듭니다.
경쟁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IMF외환위기 이전의 은행들은 진정한 은행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IMF위기 이후 치열한 경쟁이 있었기에 이제 우리나라 은행들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선진 금융상품들이 쏟아져 들어와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은행들이 이익을 많이 내는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고쳐져야 합니다.
은행들이 많은 수익을 내지 않으면 은행 고유 업무인 자금공급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은행과 중소기업 간에는 어떤 관계가 형성돼야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나요.
"기업들이 어려울 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단순 방편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은행이 '종합병원'이 돼 평소에도 기업들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체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은행원들은 기업들의 '주치의'가 돼야 하구요.
주치의는 살아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기업에 대한 지원을 과감하게 중단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기업들이 건강해야 은행이 건강해질 수 있는 것처럼 은행이 건강해야 기업들도 건강해지기 때문이지요.
최근 부도를 낸 중견 휴대폰업체 VK에 대해 기업은행이 여신지원을 중단한 것도 '살아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판단은 주치의들의 정확한 상황판단이 있어야 내릴 수 있습니다.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은 기업에 무리하게 자금을 공급하면 은행의 건강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인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눌텐데요.
중소기업인들이 성공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나요.
"요즘 중소기업인들 사이에 점점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업주들의 노력과 헌신이 2,3세에 이르러 사그라드는 모습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가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한 산악인들을 보면서 배우는 것은 그들의 도전정신 아닙니까.
그런 도전정신이 일상 생활 속에서 가장 잘 구현돼야할 곳이 산업계겠지요.
힘을 잃어가고 있는 기업가 정신을 부활시키려면 정부 뿐만 아니라 전사회적인 노력이 동반돼야 합니다.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이 홀대받지 않도록 언론에서 많이 채찍질을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좌우명이나 경영철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거창한 철학같은 것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요즘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네잎클로버 있지 않습니까.
행운을 불러온다고 알려져 있는 네잎클로버.기업경영에 있어서는 '아이디어'가 네잎클로버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개인이나 조직에 행운을 가져다 줍니다.
지난 2년여간 민간 부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 것같습니다."
글=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2004년 3월 기업은행장이 된 후 세번째로 맞는 창립기념일.어쩌면 은행장으로서 마지막 기념일이 될 수 있는 탓이다.
지난 28일 서울 을지로2가 기업은행 본점 9층 집무실.조금은 우울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만났지만 강 행장에게선 평소보다 더 강한 활기가 느껴졌다.
"연말까지 달성할 예정이었던 총자산 100조원 목표를 지난 6월 말에 벌써 달성했습니다.
취임 때 총자산 규모가 76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이지요.
그것 뿐이 아니예요.
연말까지 당기순이익 1조원 목표를 향해서도 순항 중입니다."
연초 강 행장이 올해 경영목표로 '1,10,100'이라는 세 가지 숫자를 제시했을 때 경쟁 은행들은 코웃음을 쳤다.
당기순이익 1조원,시가총액 10조원,총자산 100조원을 뜻한다.
자산 규모 100조원이라면 은행권에서 '메이저'라는 호칭을 붙이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의 규모인데,'중소기업 전문은행'이, 그것도 '의사결정이 느린 국책은행'이 어떻게 감히 메이저 반열에 오를 수 있겠냐는 냉소였다.
강 행장은 그런 비웃음을 보기좋게 날려버렸다.
'작지만 강한 은행' 정도로만 인식돼 왔던 기업은행이 '메이저'로 도약한 것이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취임 후 벌써 2년4개월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지요.
"민간부문에 와서 뛰어난 역량을 지닌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에 퇴임하면 정부의 입김이 배제된 완전한 민간영역으로 자리를 옮겨 치열하게 경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한 뒤 은행장이 됐는데 직원들 사이에서 "강 행장 취임 후 조직에 활력이 넘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공무원과 은행원은 어떻게 다른가요.
"기업은행의 경영을 맡은 이후 공무원 시절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지금 해외시장에서 잘 나간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중소기업들이 없으면 모두 허언(虛言)이 되고 맙니다.
실제 은행에 와서 방문했던 업체 가운데 반도체 검사장비를 생산하는 파이콤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가 생산 중인 검사장비로 반도체를 검사하지 않으면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수출할 수 없어요.
최근 찾았던 창원 소재 선박용 보일러 생산회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장 주변에 펜스를 쳤길래 "왜 이렇게 펜스를 쳤나"고 물으니 "일본의 경쟁 업체가 보면 안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우리 중소기업들의 힘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공무원의 현장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로 들리네요.
그런 공무원들이 최근 '은행권의 경쟁이 지나친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은행들 경쟁은 오히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봅니다.
경쟁은 은행의 '체질'을 강하게 만듭니다.
경쟁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IMF외환위기 이전의 은행들은 진정한 은행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IMF위기 이후 치열한 경쟁이 있었기에 이제 우리나라 은행들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선진 금융상품들이 쏟아져 들어와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은행들이 이익을 많이 내는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고쳐져야 합니다.
은행들이 많은 수익을 내지 않으면 은행 고유 업무인 자금공급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은행과 중소기업 간에는 어떤 관계가 형성돼야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나요.
"기업들이 어려울 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단순 방편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은행이 '종합병원'이 돼 평소에도 기업들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체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은행원들은 기업들의 '주치의'가 돼야 하구요.
주치의는 살아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기업에 대한 지원을 과감하게 중단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기업들이 건강해야 은행이 건강해질 수 있는 것처럼 은행이 건강해야 기업들도 건강해지기 때문이지요.
최근 부도를 낸 중견 휴대폰업체 VK에 대해 기업은행이 여신지원을 중단한 것도 '살아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판단은 주치의들의 정확한 상황판단이 있어야 내릴 수 있습니다.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은 기업에 무리하게 자금을 공급하면 은행의 건강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인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눌텐데요.
중소기업인들이 성공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나요.
"요즘 중소기업인들 사이에 점점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업주들의 노력과 헌신이 2,3세에 이르러 사그라드는 모습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가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한 산악인들을 보면서 배우는 것은 그들의 도전정신 아닙니까.
그런 도전정신이 일상 생활 속에서 가장 잘 구현돼야할 곳이 산업계겠지요.
힘을 잃어가고 있는 기업가 정신을 부활시키려면 정부 뿐만 아니라 전사회적인 노력이 동반돼야 합니다.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이 홀대받지 않도록 언론에서 많이 채찍질을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좌우명이나 경영철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거창한 철학같은 것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요즘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네잎클로버 있지 않습니까.
행운을 불러온다고 알려져 있는 네잎클로버.기업경영에 있어서는 '아이디어'가 네잎클로버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개인이나 조직에 행운을 가져다 줍니다.
지난 2년여간 민간 부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 것같습니다."
글=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