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서 확보안돼, 용의선상 모두 외국인, 외교문제도 걸림돌
경찰 "휴가철 끝나야 본격 수사"…영구미제화 가능성도


서래마을 영아시신 유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아직 별다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용의선상에 올라있는 이들이 휴가철을 맞아 모두 해외로 나가버려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집주인인 프랑스인 C(40)씨와 친구 P(48)씨 필리핀 가정부 L씨 등 사건 관련자들이 모두 외국인이고 이들이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경찰은 현재 집주인 C씨의 프랑스인 친구 P씨의 행적에 주목하면서 P씨와 주변 인물 수사에 주력하고 있으나 P씨에 대한 결정적 단서는 여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다만 초기 현장 감식을 통해 미세하나마 C씨 집에서 혈흔을 발견하고 아기 시신 1구를 감싼 수건에서 소량의 모발을 채취해 DNA 감식을 의뢰해 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현재 경찰이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있는 4명 중 유일하게 DNA를 채취한 C씨 외에 P씨와 가정부 L씨, 목격자 진술에 등장한 10대 백인 소녀 등에 대해서는 직접 조사나 DNA 채취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피의자를 특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휴가철을 맞아 서래마을의 프랑스인 중 상당수가 고국 혹은 해외로 장기휴가를 떠났고 인근 프랑스학교도 방학을 했기 때문에 탐문수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많은 프랑스인들이 장기 휴가를 떠났기 때문에 방문 조사 과정에서 비어있는 집이 많아 조사가 계획대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아직까지 별다른 혐의점이 발견되진 않았지만 결정적인 진술을 할 수도 있는 필리핀인 가정부의 소재가 묘연한 점도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대목으로 꼽힌다.

경찰은 또 인근 산부인과 탐문수사를 통해 외국 여성의 진료기록 확보에 나섰으나 여기서도 가시적인 결과물이 좀체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이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목격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점도 수사 진척을 가로막는 한 요소라고 경찰은 전했다.

외교적인 문제도 걸림돌이다.

인권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프랑스 국민이 연루된 사건이어서 자칫 섣불리 수사했다가는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소지가 있어 경찰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실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사법권이 없는 경찰은 C씨와 P씨에 대해서는 주프랑스 한국 대사관과 경찰에서 파견한 프랑스 주재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협조 요청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감식과 과학수사 등을 통해 용의선상에 올라있는 이들의 직접적인 혐의점이 나오지 않는다면 현재로서는 C씨와 P씨가 모두 휴가를 떠났다 돌아오는 8월 말 이후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용의선상에 올라있는 이들이 경찰의 수사 과정을 지켜보며 아예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수사는 장기화를 넘어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