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이 일부 개도국의 경제동맥을 장악해 해당국의 정치 및 사회 안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중국 산업안전 포럼.경제안보를 위해 외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이날 포럼은 주요 산업에서 외국기업에 의한 인수·합병(M&A)을 저지하려는 정책이 이미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중국 당국은 과잉투자 억제를 위한 긴축과 전략 산업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주요 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진입 문턱을 잇따라 높이기 시작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업정책국 신궈빈 부국장은 지난 25일 상반기 경제현황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과잉생산을 해결할 구조조정 정책을 연내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공장을 지을 때 현지공장에서 개발한 모델을 생산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허용할 방침이라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앞서 지난 21일부터 시행된 외국인 부동산 투자규제책은 외국기업이 중국 부동산 기업을 인수할 때 직원 고용보장과 채무 정리 등의 요건을 충족하도록 해 진입장벽을 높였다.

연말 입법을 목표로 제정을 추진 중인 반독점법안은 외국기업의 인수·합병을 제한하는 실질적인 칼날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6월 말부터 시행된 장비제조업 육성책은 주요 장비업체를 외국기업이 사들일 때 유관부처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조선과 철강의 경우 아예 중국 기업의 경영권을 외국에 넘기지 못하도록 한 조치를 작년부터 시행 중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한국의 내로라 하는 조선업체들이 모두 중국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있지만 대형 조선소 대신 블록공장(일종의 반제품 생산공장)을 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선소를 지을 경우 경영권이 없는 합작법인에 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철강도 외국기업은 기존 중국업체와 결합하는 식으로만 진출할 수 있으며 '원칙적'으로 지배주주가 될 수 없도록 해 중국 내 일관제철소를 추진해온 포스코를 고민에 빠트렸다.

최근 홍콩 이동통신 업체에 대한 호주 맥커리은행 뉴브리지캐피탈 등의 인수 시도가 불발된 것도 중국 정부 내의 반외자정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당국은 중요한 국유기업과 일부 업종은 아예 M&A 대상이 될 수 없도록 '레드 리스트'를 법으로 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시장 진입 규제는 한국기업에 새로운 응전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