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장에서 불법 파업이 판치고 있다.

마치 전투를 방불케 하는 노조원들의 불법 파업은 크레인 위에서의 고공 농성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된다.

파업에 들어가기 전 밟아야 할 절차를 무시하고 파업에 곧장 돌입하기도 한다.

포항지역 건설노조처럼 협상 상대가 아닌 공사 발주업체 건물을 불법 점거하는 폭거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사용자의 고유 권한인 경영 참여까지 요구하며 막무가내식 파업에 돌입하는 경우도 많다.

무리한 파업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회사가 문을 닫을 지경인데도 협상은 뒷전이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고유가,환율 하락 등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더욱 울상을 짓고 있다.


대구·경북건설노조는 사용자측의 10% 임금 인상안을 거부하고 지난달 1일부터 한 달 이상 불법 파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100여명은 대구 수성구 초고층 아파트 공사현장 33층에 올라가 고공 시위에 나섰으며 계단에는 건설 자재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외부인 진입을 차단했다.

현대하이스코 여수공장은 지난해 10월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61명이 기습으로 12m 크레인 위에 올라가 부당 해고자 원직 복직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것이다.



하이스코 협력업체 노조원들은 노사 간 확약이 이행되지 않았다며 지난 5월 초에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건설현장의 크레인을 점거했다.

결국 원청업체인 현대하이스코는 해고자 복직,손배소·고소고발 취하 등에 합의했지만 불법 파업으로 멍드는 곳은 회사뿐이다.

지난해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원들도 교섭 대상은 아니지만 울산의 대표적 원청업체인 SK의 정유탑과 SK건설의 서울 공사현장 크레인 등을 점거하며 불법 파업을 벌였다.

이른바 협상 대상이 아닌 원청업체를 점거하거나 고공 농성 등을 통해 여론의 주목을 받아 합의하자는 불법 전략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현행법을 무시하는 것은 기본이고 법원의 판례에도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가혹 판정을 내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조에 법과 원칙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일 정도로 준법 불감증이 심각하다.

청주 하이닉스 매그나칩은 2004년 12월 말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지만 일자리를 잃은 하청 근로자들은 원청업체인 하이닉스 매그나칩을 대상으로 집단해고 철회와 복직 등을 요구하며 최근까지 장기 불법투쟁을 벌여 왔다.

청주지법은 지난 6월19일 하이닉스 선고 공판에서 "원청업체의 무성의한 태도가 불법 시위를 촉발했다"고 지적하면서도 "국가 존립을 위협할 의도로 공권력에 대응해 불법 집회를 일삼은 피의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 하청업체의 불법 시위가 도를 지나쳤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지회장 1년6개월 등 31명에게 징역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리고 56명의 근로자에게는 667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처럼 노조의 불법 파업이 확대되면서 사용자의 손배·가압류 액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기업들이 노조의 불법 파업 등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4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04년 67억원보다 7배,2003년 115억원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