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장님! 부음을 전해 듣고 달려가니 당신은 이미 꽃대궐 속에 계시는데 속인인 저로서야 아쉬움만 더합니다.

"나는 일평생 술도 안 마셨고,담배도 안 피워서 몸 내부가 건강해.늘 하느님이 옆에 계시니 하느님이 나의 빽이야…."

불편한 몸으로 17년간이나 투병하시면서 항상 들려주신 그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지금도 귓전을 울리는 듯 합니다.

할 일이 너무도 많으신데,그렇게 분주히 다니시며 일만 하시던 분이 이렇게 홀연 가시다니 어인 일입니까!

명예회장님은 시대를 앞선 혜안과 불굴의 추진력으로 우리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한 기업인인 동시에 기자정신이 투철한 언론인이셨습니다.

먼저 기업인으로서의 명예회장님의 면모는 명예회장님이 일군 기업 중 몇 개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전후 산업생산이라는 게 거의 전무한 불모의 경제상황에서 명예회장님은 동양 최대의 '공장을 만드는 공장'으로 창원종합기계공장(현 두산중공업)을 건설,세계를 놀라게 했고,발전설비의 국산화를 선도하였습니다.

또 만도기계와 한라공조를 설립하여 우리나라가 오늘날 자동차수출 강국이 되는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시멘트산업과 건설업은 또 어떠했습니까?금년 해외 건설 수주액이 150억달러가 넘으리라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지잔 시멘트공장 수주가 한국 최초의 플랜트 턴키 수주가 아니었습니까?

명예회장님은 언론인으로 시작하여 기업가가 되었지만 언제나 언론인의 정신을 지니고 계셨습니다.

항상 국제 정세의 흐름을 파악하고,언론 후배들에게 예리한 통찰력과 경륜가적 지혜로 세계경제를 손금 보듯이 설명해 주시고 앞으로의 나갈 길을 가르쳐 주시곤 했습니다.

명예회장님이 현대양행 사장으로 계실 때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당신은 영어신문 기자이고 어차피 영어로 기사를 쓸 것이니까 우리 질문도 답변도 전부 영어로 하자"고 하신 기억이 떠오릅니다.

또 명예회장님은 "사람은 꿈을 가져야 돼.꿈이 없는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의 삶은 언제나 꿈이 있어야 하고,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해야 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후배들의 장래를 생각하고,격려하는 숨은 뜻이 있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명예회장님의 위업을 자손들이 소중하게 받들어 성장 발전해가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겼듯이,자손들도 물려주신 기업을 크게 키워 한국경제에 이바지하리라고 믿습니다.

안심하시고 잠드십시오.

2006년 7월 24일

한건주 전 코리아타임즈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