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식자재 산업] (1) 싸게 더 싸게… 품질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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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식자재 산업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다.
작년 10월의 기생충 알 김치,지난달 불거진 단체급식 집단 식중독 사고 등 먹거리 파동이 잇따르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한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이 같은 먹거리 산업 위기는 식자재 산업의 총체적인 부실에 의해 갈수록 구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 함정'에 빠진 식자재 시장
식자재 업계가 걸핏하면 품질 및 위생 불량 사고에 휘말리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 대부분이 '가격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대형 급식업체들조차 경쟁입찰 제도를 활용해 낮은 가격을 써낸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져 있고,'원가 절감'에 쫓기는 식자재 업체들은 제대로 품질관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심지어 수협이 운영하는 급식당에서 러시아산 저가 생선이 유통돼 소동을 일으켰을 정도다.
대형 식품제조 업체들도 '원가 경쟁 스트레스'로 인해 식자재 품질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한다.
고추장을 제조하는 A식품회사 관계자는 "전체 식자재 가운데 위생이 검증된 계약재배로 조달하는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하며 80%를 값이 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국내 농가 및 협력업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나 육성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돈가스,동그랑땡 등 2차 육가공 전문업체들이 단가 인하 요구에 시달려 최하품의 고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외식 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 새벽에 들어와 그날 저녁까지 안 팔린 것들이 시중 음식점들로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원순 농협유통 급식사업센터장은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미생물 제거 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공장에서 절단,예냉,포장 등의 절차를 거친 신선·편의 농산물의 유통 비중이 전체 농산물의 40%가량에 달한다"며 "국산 농산물을 쓰기도 버거운 국내 외식 시장의 현실과 비교하면 꿈처럼 들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한 미군,"한국 식자재 못믿어"
한국에 들어와 있는 미군부대조차 한국산 식자재 사용을 꺼리고 있는 것은 '식자재 산업의 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1999년 들어서야 농협 목우촌이 닭고기를 납품하면서 주한 미군부대 납품의 '문'을 겨우 열었을 뿐이다.
통계청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식자재 시장 규모는 13조원(외식 10조원,급식 3조원).이 가운데 삼성에버랜드 등 대형 식자재공급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는 영세한 중소 식자재 사업자들이 맡고 있다.
시장 점유율 13%의 시스코 등 대기업 위주로 산업이 구성돼 있는 미국 등과는 환경부터가 천양지차다.
정원순 농협 센터장은 "농산물은 물론 식자재 전반을 표준화·규격화해 저가 날림 재료가 판칠 수 없도록 제도적인 개선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egkang@hankyung.com
작년 10월의 기생충 알 김치,지난달 불거진 단체급식 집단 식중독 사고 등 먹거리 파동이 잇따르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한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이 같은 먹거리 산업 위기는 식자재 산업의 총체적인 부실에 의해 갈수록 구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 함정'에 빠진 식자재 시장
식자재 업계가 걸핏하면 품질 및 위생 불량 사고에 휘말리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 대부분이 '가격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대형 급식업체들조차 경쟁입찰 제도를 활용해 낮은 가격을 써낸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져 있고,'원가 절감'에 쫓기는 식자재 업체들은 제대로 품질관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심지어 수협이 운영하는 급식당에서 러시아산 저가 생선이 유통돼 소동을 일으켰을 정도다.
대형 식품제조 업체들도 '원가 경쟁 스트레스'로 인해 식자재 품질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한다.
고추장을 제조하는 A식품회사 관계자는 "전체 식자재 가운데 위생이 검증된 계약재배로 조달하는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하며 80%를 값이 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국내 농가 및 협력업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나 육성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돈가스,동그랑땡 등 2차 육가공 전문업체들이 단가 인하 요구에 시달려 최하품의 고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외식 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 새벽에 들어와 그날 저녁까지 안 팔린 것들이 시중 음식점들로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원순 농협유통 급식사업센터장은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미생물 제거 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공장에서 절단,예냉,포장 등의 절차를 거친 신선·편의 농산물의 유통 비중이 전체 농산물의 40%가량에 달한다"며 "국산 농산물을 쓰기도 버거운 국내 외식 시장의 현실과 비교하면 꿈처럼 들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한 미군,"한국 식자재 못믿어"
한국에 들어와 있는 미군부대조차 한국산 식자재 사용을 꺼리고 있는 것은 '식자재 산업의 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1999년 들어서야 농협 목우촌이 닭고기를 납품하면서 주한 미군부대 납품의 '문'을 겨우 열었을 뿐이다.
통계청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식자재 시장 규모는 13조원(외식 10조원,급식 3조원).이 가운데 삼성에버랜드 등 대형 식자재공급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는 영세한 중소 식자재 사업자들이 맡고 있다.
시장 점유율 13%의 시스코 등 대기업 위주로 산업이 구성돼 있는 미국 등과는 환경부터가 천양지차다.
정원순 농협 센터장은 "농산물은 물론 식자재 전반을 표준화·규격화해 저가 날림 재료가 판칠 수 없도록 제도적인 개선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