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포스코에 따르면 이구택 회장은 포항제철소 기술연구소 소장실에 마련된 비상업무실에서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삭이고 있다.
자신의 집무실(12층)을 포함해 포항 본사가 통째로 외부 노조원들에게 점거당한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불법과 폭력에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의연하고 냉정하게,그리고 정당하게 대처하자"면서 직원들을 안정시키고 있지만 그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5일 일본에서 열린 국제철강협회(IISI) 정기회의 도중 급히 귀국해 포항으로 직행했다.
이후 포항에 머물며 산적한 현안을 뒤로 미뤘다. "외부 노조원들의 본사 점거가 장기화되고 있어 이 회장의 향후 대외 일정 잡기를 거의 포기하고 있다"고 포스코 관계자는 토로했다.
당장 이달 말께 예정된 중국 장자강 스테인리스 제강·열연공장 준공식에 이 회장이 참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장자강 공장은 이 회장이 2004년 취임한 이래 1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공을 들인 첫 해외 작품으로 중국 정부와 중국 철강업체들도 주목하는 공장이다.
그는 또 120억달러를 투자할 후속작품인 인도제철소 건설 추진 과정을 점검하기 위해 다음 달께 인도로 날아갈 예정이나 이번 사태가 조속히 수습되지 않으면 출장 일정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석만 사장의 처지도 다를 바 없다.
지난 14일 중국 현지에서 수요처 고위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가 출장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이후 포항 본사에서 상황실만 지키고 있다.
회사 마케팅부문을 총지휘하는 담당자로서 국내외 현장에서 고객 관리업무는 일절 중단된 상태다.
윤 사장은 당초 지난 18일로 예정됐던 마그네슘강판 공장건설을 위한 합의각서(MOA) 체결식에도 참석하지 못해 행사 자체를 취소해 버렸다.
다음 달 1일로 열흘이나 연기했다.
마그네슘강판 공장은 포스코가 새 성장동력으로 확정한 것으로 전라남도와 보조를 맞춰 하루바삐 진행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포스코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구택 회장과 윤석만 사장의 대외 활동 위축은 포스코의 이미지 및 경영활동 위축으로 직결된다"며 "전문건설 노조원들이 자진 해산해 당사자인 전문건설협회와 원만하고 조속한 협상타결을 이루길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