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창 퍼시스 회장(58)은 퍼시스에 새로 들어오는 사원들에게 '난중일기'를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순신 장군의 '유비무환(有備無患)' 정신을 배우라는 것.손 회장은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 등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위기에 대비한 전략을 철저하게 마련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을 실행했기 때문"이라며 "회사 경영도 이러한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손 회장의 존경심은 남다르다.

그는 젊은 시절 한산도 제승당에서 종이에 직접 써온 '충무공 3대 정신(멸사봉공,창조와 개척,유비무환)'을 집무실 책상 서랍에 늘 넣어 두고 자주 꺼내 보곤 한다.

2002년 사재를 털어 설립한 '목훈재단'을 통해 이순신 장군에 대한 학술연구와 국제학술회의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유비무환 정신을 바탕으로 퍼시스를 '기본에 충실한 내실경영'으로 이끌어 왔다.

창립 초기부터 "시장에서 팔릴만한 우수한 제품을 만들고 인체의 혈액과 같은 재무와 수익 구조가 건강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회사를 키워왔다.

1990년대 들어 가구회사들이 앞다퉈 사업 다각화와 확장 경영에 나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외환위기가 닥쳐 가구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질 때도 감원이나 감봉 없이 불황을 극복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퍼시스는 1999년부터 '무차입 경영'을 해오고 있고 현재 순현금자산만 1000억원이 넘는 등 안정성이 뛰어난 알짜 회사로 손꼽힌다.

손 회장은 제품의 안전성과 친환경성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2001년 퍼시스가 인천공항에 가구를 납품할 당시 설계를 맡은 측에서 전체 디자인 컨셉트에 맞춰 모서리가 예리한 제품을 요구했다.

손 회장은 사람이 다치는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디자인 변경을 요청했으나 설계자측에서 거부 의사를 보이자 안전관리공단에 직접 진정까지 해가면서 뜻을 관철시켰을 정도다.

또 1990년대 초부터 환경경영을 강조해 온 손 회장은 "퍼시스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개발에서 폐기까지 '친환경 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이뤄진다"며 "안성과 평택 충주 장호원 등에 있는 제조공장에 매주 한번 이상 가서 직접 친환경제품 제조 과정을 점검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국내 가구업체의 생존 키워드로 '극중월구(克中越歐)'를 제시했다.

이는 원가경쟁력으로 중국을 극복하고 디자인과 품질에서 유럽을 능가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는 "세계 시장에서 중국 및 유럽과의 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해서는 결국 얼마나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내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