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자동차 수출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노조의 파업으로 수출할 차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올 무역수지 목표 달성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환율급락과 유가급등으로 가뜩이나 무역수지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수출 1위 상품(금액기준)인 자동차 수출까지 차질을 빚을 경우 무역수지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현대차는 19일 울산항에서 289대를 선적한 것을 끝으로 20일부터 23일까지 울산항과 평택항에서 수출용 차량 선적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17일째 계속된 노조의 파업으로 수출 물량 재고마저 동났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당초 이달에만 북미와 유럽 등에 8만대 이상을 수출할 예정이었지만 생산량이 뒷받침되지 않아 이날 현재 선적 실적이 1만대에 그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전용선의 부두 입항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일단 23일까지 선적을 중단할 예정이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향후 선적 계획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울산항 외항에서 정박대기 중인 해운선사들도 하루 3만달러의 용선비를 추가 부담하는 등 간접적인 파업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GM대우와 쌍용차도 노조 파업으로 수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는 자동차 수출 차질이 해당 업체만의 피해로 끝나지 않고 국가 무역수지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 최근 자동차 4개사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수출(선적) 차질은 총 5만1667대,금액으로는 5억7408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의 경우 부품수입이 거의 없는 만큼 수출액 대부분이 무역수지 흑자로 잡힌다"면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정부가 예상한 올 무역수지 흑자 120억달러 달성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자동차 분야의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332억달러로 국가 총 무역수지 흑자(232억달러)의 143%를 차지했다.

자동차 수출 때문에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셈이다.

한편 지난달 26일 이후 17일째 노조의 파업이 지속되고 있는 현대차는 이날까지 생산차질액이 1조306억원(생산차질 대수 7만4611대)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4년 임금협상 당시 파업 손실액인 2631억원(1만8994대)의 4배에 가까운 규모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