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남용'으로 누굴 앉힐까.

LG그룹이 고민에 빠졌다.

8년 동안 LG텔레콤을 이끌어온 남용 사장이 IMT-2000(3세대 영상이동통신) 허가조건 위반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LG그룹 통신사업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 사장은 LG텔레콤뿐만 아니라 데이콤 LG파워콤 등 LG그룹의 '통신 3콤'을 이끌어온 베테랑 선장이었다.

LG그룹은 남 사장 공백이 길어져선 안된다고 판단,오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대행체제를 정하고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을 소집키로 했다.

남 사장 공백은 생각보다 크다.

LG텔레콤이 후발 이동통신사업자로서 SK텔레콤과 KTF에 맞서 이만큼 성장한 것도 '남용식 경영'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남 사장은 1998년 10월 LG텔레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LG텔레콤 10년사 중 80%를 차지할 만큼 그의 비중은 크다.

LG텔레콤은 남 사장 취임 첫해인 1998년부터 2000년까지는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2001년부터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2001년 3698억원 흑자를 기록한 뒤 매년 1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냈다.

작년에는 매출 3조5000억원,영업이익 3599억원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이 같은 성장 배경에는 남 사장식 마케팅이 주효했다.

번호이동,접속료 조정 등 시장 환경이 변할 때마다 LG텔레콤은 남 사장 지휘 아래 대규모 공세를 펼쳤다.

SK텔레콤을 직접 비판하는 광고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때론 정통부를 상대로 후발사업자 보호를 요구하는 읍소작전도 펼쳤다.

남 사장의 '벼랑끝 전술'이 LG텔레콤 성장에 필요한 비료가 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남 사장 퇴진은 데이콤과 LG파워콤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데이콤 이사회장이자 LG파워콤 등기이사인 그가 물러나면 LG그룹 통신사업을 조율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워질 수 있다.

데이콤과 LG파워콤의 통합 등 현안이 산적한 시점인 만큼 카리스마가 있는 남 사장이 빠지는 것은 적지 않은 타격이다.

그룹 내에 남 사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도 LG그룹의 고민이다.

LG텔레콤은 당분간 임시 대행체제로 운영될 방침이다.

일단 26일 이사회에서 임시 대행을 정한 다음 45일 후 임시주총을 열어 좌장을 뽑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데이콤과 LG파워콤의 대표이사가 이동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남 사장의 거취도 주목거리다.

LG그룹 내에 남 사장만큼 통신분야를 꿰뚫고 있는 인물이 없는 만큼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재기용할 가능성도 있다.

LG텔레콤 데이콤 LG파워콤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LG그룹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남 사장 거취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