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경기도 수원에 있는 브라운관(CDT) 생산라인 2곳을 연내 폐쇄한다.

2000년대 들어 LCD와 PDP 등 평면 디스플레이에 밀려 브라운관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삼성SDI 수원공장은 1978년 설립 이후 28년 만에 문을 닫게 됐으며,이 회사의 국내 브라운관 생산기지는 부산사업장 한 곳만 남게 된다.

삼성SDI의 이번 수원공장 철수는 2004년 삼성전자의 브라운관 TV 공장 철수,올해 5월 삼성코닝의 브라운관용 유리공장 철수 등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이로써 80년대와 90년대 삼성의 브라운관 TV와 모니터 생산 전성기를 구가했던 '수원시대'는 1970년 첫 제품 양산 이후 36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배불뚝이' 브라운관의 퇴장


삼성SDI 관계자는 18일 "경기도 수원사업장 내에 있는 브라운관 2개 라인을 올해 안에 중단시킬 계획"이라며 "현재 수원공장 인력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PDP패널 등 다른 라인으로 재배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수원 브라운관 2개 라인은 연간 250만대의 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6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SDI는 이 공장 설비를 연내 부산사업장으로 이전하고 생산 인력도 국내 주요 사업장으로 재배치하기로 했다.

현재의 브라운관 공장 부지는 2차 연료전지 등 미래 핵심사업과 관련된 연구단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수원공장 생산중단으로 삼성SDI의 브라운관 생산기지는 국내의 부산사업장과 해외의 중국 헝가리 말레이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으로 재편돼,슬림형 제품만을 생산하게 된다.

삼성SDI는 앞서 2000년 초 브라운관 TV 공장을 해외로 이전했었다.

삼성SDI의 수원공장 철수는 2000년대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브라운관 사업의 퇴조 때문이다.

브라운관은 한때 세계 TV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했으나 LCD TV와 PDP TV 등 평면 디스플레이 TV에 밀려 매년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2004년 90.4%였던 브라운관 TV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82.9%로 떨어진 데 이어 2010년에는 43.9%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브라운관 메카 '수원시대' 폐막

삼성SDI의 이번 수원공장 철수로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들이 밀집해 있는 수원사업장의 브라운관 관련 사업은 모두 철수하게 된다.

수원사업장은 과거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코닝 등이 브라운관 TV 및 모니터 생산을 위해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췄던 곳이다.

이들 전자계열사의 협업체제로 만들어낸 브라운관 TV는 2003년에만 무려 2164만대에 달했다.

때문에 수원은 삼성의 브라운관 산업 '메카'로 불렸다.

하지만 TV 및 모니터 산업의 트렌드가 '배불뚝이' 브라운관에서 평면 디스플레이로 바뀌면서 각 계열사들은 90년대 들어 브라운관 관련 사업을 잇따라 접었다.

가장 먼저 삼성전기가 1990년대 후반 편향코일(DY)과 고압변성기(FBT) 등 브라운관 부품사업을 중국과 태국 등지로 이전했다.

1970년 흑백 브라운관 TV를 수원에서 첫 생산한 삼성전자도 2000년부터 국내 브라운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2004년 초 수원을 포함한 국내 모든 생산라인을 해외로 철수시켰다.

최근에는 브라운관용 유리를 생산하는 삼성코닝 수원공장이 폐쇄됐다.

삼성코닝은 2001년 4개 브라운관 유리 생산라인 가운데 1개 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1개 라인,올해 5월 나머지 2개 라인을 철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브라운관 TV와 모니터의 메카였던 수원은 이번 삼성SDI 공장 철수로 이제 삼성 전자계열사들의 연구·개발(R&D)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