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 마지막날인 14일 양국이 우리측의 `건강보험 약가책정 적정화 방안'을 놓고 충돌, 최종일 협상이 모두 취소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양국은 이번에 합의한 `상품 5단계 개방원칙'에 따라 8월중순까지 상품별 개방안을 교환하고 3차 협상부터는 상품.서비스.투자.정부조달 등 분야의 개방.유보안 협상을 벌일 예정이나 약가 적정화 방안을 둘러싼 대립으로 협상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미국은 한국의 건강보험 시스템 개혁을 막으려는게 아니다"면서도 "한국의 약가 적정화 방안이 협상 무산의 원인"이라고 우리측에 협상 파행의 책임을 떠넘겼다.

그는 "건강보험 개혁은 공정해야 하며 해외에서 만들어진 의약품을 타깃으로 하면 안된다"면서 "한국의 결정은 의약품 협상 작업반의 목표와 일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FTA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며 약가책정 방안을 개혁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건강보험의 건전성과 지속성을 위해 약제비 지출을 효과적으로 조절해야 하며 이 방안은 내외국 모두에 공평하게 적용된다"며 "다만 (미국 신약이) 가격 대비 효능이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면 된다"고 부연, 약가 적정화 방안의 포지티브 시스템은 유지하되 미국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하지만 양국 대표 모두 "3차 본협상은 오는 9월 4일 이후 열릴 것"이라며 이번 대립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앞서 나흘간의 협상에서 양국은 상품 개방단계, 금융감독당국의 허가를 전제로 한 신금융서비스 진출, 서비스 개방유보안 교환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쌀 등 농산물, 섬유, 의약품, 자동차,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산' 인정 등 핵심쟁점에 대해선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양국은 상품 개방 단계를 `즉시-3년내-5년내-10년내-기타(관세철폐 유예.장기화)' 등 5단계로 나누기로 했으며 내달중순까지 상품 개방안과 농산물.섬유 개방단계안을 일괄 교환한 뒤 이를 토대로 3차 본협상때부터는 품목별 개방단계를 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쌀을 제외한 나머지 농산물은 상품처럼 5단계로 개방하되 최장 16년까지 관세 감축을 유예하자는 우리측 제안에 대해 미국은 쌀을 비롯한 농산물도 상품처럼 개방 이행기간을 최소화해 최장 10년까지 5단계로 개방하자고 맞서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 기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