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주요 기간사업장인 포항 포스코 본사가 이틀째 전문건설 노조원들에 의해 점거당했다.

포스코는 이에 따라 중국 출장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윤석만 사장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는 14일 전문건설 노조원 3000여명이 지난 13일 오후 2시30분 포항시 남구 포스코 본사 1∼3층을 점거한 데 이어 이날 오전 직원들의 출근을 막고 11층 전층을 장악해 본사 업무가 전면 마비됐다고 밝혔다.

포스코 본사가 이처럼 점거당하고 직원들이 출근을 못한 것은 1968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다만 제철소는 정상 가동되고 있다.

이구택 회장 등 경영 수뇌부가 업무를 보고 있는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도 본사 점거 상황을 시간마다 체크하면서 전문건설 노조원들의 상경 투쟁까지 대비하고 있다.

포스코 본사 직원 600여명은 전날 밤 11시30분께까지 감금 상태였다가 간부 등 20여명만 남고 모두 퇴근한 뒤 이날 오전 9시 다시 출근했으나 봉쇄당했다.

출근을 저지당한 직원들은 인근 포항제철소 내 기술연구소에 들어가 삼삼오오 모여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노조원들은 본사 출입문과 현관 등에는 바리케이트를 치고 장기전 태세에 들어갔다.

경찰 진입시 본사 사옥 10∼12층에 위치한 임원실 점거를 위해 9층 비상계단 쪽 방화벽도 철거했다.

특히 건물 점거 후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무장한 채 공권력 투입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옥상 투쟁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점거가 장기화될 경우 하루 2만5000여t에 이르는 제품출고 업무가 중단돼 하루 130억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중국에서 급거 귀국한 윤석만 사장이 포항으로 내려가 현지 임원들과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와 직접적인 고용 관계가 없는 전문건설 노조원들이 공사발주업체인 포스코 본사를 점거,업무까지 방해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행태는 해도 너무한다"고 말했다.

전문건설 노조원들은 포스코가 발주하는 공장·설비 분야 24개 공사현장의 하청업체 소속으로 협상 상대방인 전문건설협회가 임금 인상 등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포스코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포스코가 파업 현장에 비조합원 등 대체 인력을 투입해 노조의 정당한 파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포스코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정부의 친노동 정책에 편승한 불법 점거행위로 엄정한 법적 대응이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500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포스코 건물 인근에 배치했으며 점거농성 중인 노조원들을 상대로 자진해산을 유도한 뒤 여의치 않을 경우 이르면 14일 중 공권력을 투입키로 해 노·경 충돌이 예상된다.

포항남부경찰서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한편 포항남부경찰서는 포스코 본사 건물 점거 등 불법행위를 벌이고 있는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 이지경 위원장(41) 등 노조 간부 18명에 대해 이날 집시법과 폭력,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들이 노조의 불법행위를 주도하고 포스코 건물을 점거하는 등 업무를 방해하고 있어 검거에 나서기로 했다.

포항=하인식·김홍열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