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6년만에 금리 인상에 나섰으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시장에서 오래전부터 반영돼 왔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본은행(BOJ)이 제로금리 정책을 종결시킨 만큼 점진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며 장기적인 엔화 절상 추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의 동반하락이나 원.엔 환율 상승 등으로 수출기업과 엔화대출 기업들이 환차손을 입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4일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키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3.30원 오른 952.5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950~955원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도 금리 인상 직전 116엔대로 반짝 급등한 뒤 115엔대 중반 수준으로 되밀린 채 등락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이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나,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 포기는 일본은행이 5년만에 비상통화정책을 중단한 지난 3월 이미 예견됐던 터라 엔화대비 원화 약세가 심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의 금리 인상 이후로도 5.25% 수준인 미국과의 금리차가 여전히 큰 점도 엔화의 초강세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여전히 미국의 금리가 일본에 비해 상당히 높고,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낮아 엔화가 강세 기조를 형성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일본 금리 인상 문제는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일본은행이 당분간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키로 한 영향으로 엔.달러와 원.달러의 동반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앞으로 엔화가 약세로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원.엔 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이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한 이상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는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기적인 미.일간 금리차 축소 전망으로 엔.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일 경우 원.달러도 동반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화의 초강세 영향으로 원.엔 환율이 오를 경우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환차손을 입을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원.엔 환율은 2년 이상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4월 100엔당 800원선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이후로는 하락세를 멈춘 채 820~860원 범위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더라도 일본이 계속 유동성을 축소해 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장기로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환위험 헤지 등을 통해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