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4% 초반' 의미… 기업투자 거의 정체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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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잠재성장률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와 여당이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것에 대해 이 총재는 “올해 정책수단을 동원해 성장률을 움직일 여지가 거의 없다”며 “우리 경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성장잠재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경기의 진폭을 줄일 수 있을 뿐 성장잠재력 문제는 어찌할 수 없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성장잠재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경기부진에 대한 인식차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5% 선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4%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침체에 가까운 수준'으로 우려하는 이유다.
실제로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근거로 내놓은 수치도 경제성장률 3~4%이다.
이 총재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기가 사이클상 하락국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잠재성장률 자체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이 4% 초반이기 때문에 분기별로 1%,연율로는 4% 정도 성장하는 것이 매우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얘기다.
◆ 투자활성화 촉구
이 총재가 문제로 들고 나온 것은 성장잠재력 하락이다.
"불변가격을 기준으로 본 기업의 투자규모는 지난 5,6년간 변화가 없었다"며 "기업들이 어디에 투자할지 몰라 현금만 쌓아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아 성장 잠재력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 총재가 내놓은 경기부양책의 핵심은 '투자활성화'다.
이 총재는 "외환위기 이전에는 국내기업의 부채비율이 400%를 넘었는데 지금은 100%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빚 많은 기업은 망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투자 활동도 거의 정체됐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모험정신을 되살려 설비투자를 늘리고,은행들은 위험을 적절하게 관리하면서 기업들에 자본을 제공하는 금융중개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 성장률 하락 지속되나
1960년대 이후 연평균 8%의 고성장을 지속한 국내 경제는 2000년대 들어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4.5%에 불과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한 2003년부터 2005년까지만 따져보면 3.9%로 더 낮아진다.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
한은의 한 금통위원은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데에는 노동과 자본 등 요소투입의 둔화 뿐만아니라 생산성 향상 미흡에도 그 원인이 있다"며 "경기순환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성장잠재력이 하락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의 경제성장률 하락이 소비 침체에 따른 순환적인 경기 하락이 아니라 이 총재가 지적한대로 '추세적이고 본질적인 성장잠재력 감퇴'가 원인이라면 5~6% 이상의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