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 이틀째인 12일 양측 수석대표가 일제의 식민 침략이 일어난 원인을 놓고 역사 논쟁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역사적 비유를 통해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웅변한 것.북측은 남북이 함께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는 내부의 현명치 못한 판단이 오히려 재앙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맞섰다.

북측 단장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전체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부산이 식민지 시절 관부연락선이 오가던 항구였음을 상기시키며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이 없기 때문에,구체적으로 보면 자기를 지킬 수 있는 권력이 약해서 일어난 일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올라가 "또 100여년 전에 조상들이 화승총이 없어 망국조약을 강요당하고 왜구가 와서 난도질했다"며 "북과 남이 힘을 합쳐 우리 민족 자체를 지키고 보호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식민지 시작되기 전에 재앙이 외부에서 왔지만 끌어들인 것은 우리 내부의 분열과 현명치 못한 판단"이라며 미사일 발사는 '현명치 못한 판단'이었다고 은유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권 단장은 이 장관이 회담을 시작하기 위해 기자들을 내보내려는 것을 막으며 "현명한 판단도 중요한데 외부에서 오는 재앙이 우리 민족 내에 발을 붙일 자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장관이 "외부에서 오는 재앙을 단결해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재앙을 안에서 불러오지 않게 하는 현명한 판단을 강조한 것"이라고 되받자 권 단장은 물러서지 않고 "일본에 강점당할 때 하루는 친일,하루는 친러,친청으로 갈려 민족이 단합되지 않고 뿔뿔이 흩어진 게 원인"이라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계속했다.

결국 이 장관은 "서로 보완되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논쟁을 수습했다.

부산=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