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LG만의 트렌드를 창조하겠다.'

LG가 디자인 경영에 닻을 올렸다.

구본무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품 간 기술의 차이가 사라지고 있는 21세기의 기업 경쟁력은 디자인에서 비롯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력사인 LG전자의 경우 디자인 경쟁력이 5단계 중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는 수준.소니 마쓰시타 등 세계적 수준의 기업이 레벨 4 수준이라면 LG전자는 4에 근접했다.

슈퍼 디자이너 등의 파격적인 제도를 통해 조기에 레벨 4 수준까지 높이고 궁극적으로 최고 수준인 레벨 5까지 올라가는 게 목표다.

지금도 LG의 디자인 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독일 에센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유럽 최고의 디자인상인 '레드닷' 시상식장."1950년대 라디오와 TV 디자인을 시작으로 한국 디자인의 역사나 다름없는 LG전자가 오늘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은 한국 디자인 역사가 일궈낸 새로운 성과입니다."

이탈리아의 거장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68)는 최고 디자인팀상을 받은 LG전자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지아로의 칭찬은 단순히 '립 서비스'였을까.

최근 LG가 디자인 부문에서 일궈내고 있는 성과와 그룹 차원의 관심을 들여다 보면 세계 최고 디자이너의 평가는 과찬이 아니다.

LG는 '디자인 경영'을 선포한 것을 계기로 기업의 모든 것을 담은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 '올인'하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4월 그룹의 양대 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의 디자인 현장을 잇따라 방문했다.

서울 역삼동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는 LCD·PDP TV 등의 두께와 버튼 조작법까지 세세히 살펴볼 정도였다.

그는 "개발 중인 휴대폰 신제품의 디자인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격려한 뒤 "앞으로 LG의 디자인은 고객의 감성을 사로잡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디자인 경영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지난달 25일 역삼동 디자인경영센터에서 디자인 경영을 선포한 직후 열린 사내 패션쇼에 깜짝 모델로 출연했다.

이에 주력 계열사들은 디자인 경영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디자인 인재와 연구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500명 규모인 디자인 인력은 연말까지 600명으로 늘리고 연속 히트 모델을 내는 디자이너는 직책에 상관없이 임원급으로 대우하는 '슈퍼 디자이너제'를 도입키로 한 것.

LG의 디자인 경영은 전자뿐 아니라 화학,부품소재 생활용품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LG화학은 인테리어,건축자재 등 소비재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LCD 패널 모듈 개발 등에도 디자인 경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