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레드닷 최고디자인팀 수상,11개 제품 iF디자인 우수 디자인 선정,IDEA 가전 디자인 부문 금상.' LG전자는 최근 해외에서 연일 전해져 오는 각종 디자인상 수상 소식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너무 자주 받다 보니 "정말 권위가 있는 상이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다.

독일 레드닷디자인협회가 시상하는 '레드닷 디자인상'과 독일 iF디자인(International forum Desing)상,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IDSA)의 'IDEA 디자인상'은 전 세계 산업 디자인 부문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특히 LG전자가 올해 수상한 '레드닷 최고디자인팀'상은 매년 단 한 개 기업에 주는 디자인 분야 최고 권위의 상.월드컵축구 우승컵처럼 수상 기업이 트로피를 1년간 보관한 뒤 이듬해 시상식 때 반납하는 것만 봐도 상의 권위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상을 받은 기업은 벤츠 아우디 소니 아디다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 16개에 불과하다.

아시아에서 트로피에 이름을 새긴 회사는 일본의 소니에 이어 LG전자가 두 번째다.

"왜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한국의 LG라는 회사에 최고상을 줬느냐"는 해외 언론의 질문에 피터 제크 레드닷디자인협회 회장은 "복사 제품이 난무하는 시대에 LG전자는 벽걸이형 프로젝터,터치패드 방식의 휴대폰,조약돌 모양의 MP3 등 다른 기업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크리에이티브를 제품에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LG전자는 디자인 경영 원년을 선포하면서 디자인 파워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초 '2007년 디자인 부문 글로벌 톱' 달성 공언에 이어 올해 '디자인 경영 원년' 선포에 이르까지 LG전자의 디자인 부문 역량 강화에 대한 의지는 남다르다.

올해부터는 우수 디자이너에게 임원급 연봉과 혜택을 제공하는 '수퍼 디자이너 제도'를 도입하는 등 실질적인 제도까지 도입,디자이너들의 사기 고양에 나서고 있다.

LG전자의 디자인 경영에 대한 열망은 최근 김쌍수 부회장이 보여준 깜짝 변신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디자인 경영을 선언한 지난달 15일,LG전자 임직원들은 김 부회장의 깜짝 이벤트에 모두 놀랐다.

평소 외양에 신경을 쓰지 않아 투박한 스타일인 김 부회장이 화려한 의상에 머리에 무스까지 바르고 사내 패션쇼에 등장한 것.디자인팀 여직원의 손을 잡고 무대에 등장한 김 부회장의 모습은 영락없는 중년 남성 모델의 모습이었다는 게 직원들의 반응이다.

LG전자 디자인센터의 한 직원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라 더욱 재미있고 충격이었다"면서도 "CEO의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디자인 인재와 시설에 대한 투자에도 파격적이다.

LG전자의 디자인 인력은 510여명 규모로 전체 인력과 연구개발 투자 규모에서 3배가량 많은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도 약 100여명의 디자인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1993년 미국 뉴저지 디자인연구소를 시작으로 도쿄 베이징 뉴저지 뉴델리 밀라노 등 해외 5개 거점 지역에 디자인연구소를 구축했다.

2002년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연구소는 유럽 현지 감각에 맞춘 첨단 휴대폰 디자인을 개발,LG전자가 3G폰 시장을 주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LG전자는 디자인 경영 원년인 올해부터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 등에서 디자인 개념을 도입할 계획이다.

과거 기술에 맞춘 디자인 체계에서 탈피해 개발 초기부터 디자인을 주축으로 상품기획,설계,마케팅 등의 관련 부서가 협업팀을 구성해 고객에게 차별화한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 컨셉트와 디자인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오는 2009년 완공 예정인 서울 서초동 R&D캠퍼스에 디자이너들을 위한 전용 전시공간 및 국제 컨퍼런스홀 시설을 갖추는 등 기업의 내외부 역량을 집중,오는 2010년까지 디자인 부문에서도 '글로벌 톱'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김쌍수 부회장은 "0.6초 안에 차별화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LG만의 가치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한 환경 조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