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7일 이랜드가 경매에 나와 있던 야탑점을 포함한 한국까르푸 32개 전 점포의 인수를 확정지은 직후 정밀실사에 나선 이랜드그룹 실사팀은 이 회사의 장부를 들춰보다 깜짝 놀랐다.

지난해 순이익 68억원에 불과한 한국까르푸가 본사에 영업관리비,브랜드 로열티 등으로 매년 90억원대를 지급해온 사실을 확인한 것.이랜드 실사팀 관계자는 "이 밖에도 임원 급여 총액 100억원,판매시점관리(POS)시스템 유지 보수 용역비 100억원 등 인수·합병 이후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수두룩했다"고 말했다.

이랜드가 한국까르푸의 경영 성공을 자신하는 것은 이처럼 비용을 줄일 부분이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장 본사 송금액 등 300억원 가까운 비용만 절감해도 지난해 246억원이었던 까르푸의 영업이익은 단숨에 500억원대로 올라서 대형 마트(할인점)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 4%대에 근접하게 된다는 것이 이랜드의 셈법이다.

'영업이익률 8%대 달성'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가 휠씬 수월해진다는 얘기다.

지난해 1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국까르푸의 영업이익률은 1.5%에 그쳤다.

1조5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빌려 한국까르푸를 인수한 이랜드는 향후 패션매장과의 결합 등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시장금리 이상으로 끌어올려 금융비용을 충당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랜드는 우선 까르푸 본사와의 관계를 끊는 것만으로 약 100억원을 간단하게 아낄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최근 새 브랜드 후보작 4건을 선정,이번주 중 소비자 직접 투표를 통해 새 이름을 결정할 계획이다.

임원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급여도 삭감 대상이다.

이랜드그룹 고위 관계자는 "한국까르푸 사장만 해도 인센티브를 포함해 약 40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며 "경쟁 대형마트의 CEO 급여수준(연 10억원 안팎)을 감안해 조정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까르푸는 사장 외에도 7명의 임원들에게 '후한' 급여를 지급,임원 연봉 총액이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인수 계약서에 고용보장 조항이 포함돼 있지만 고용보장이 곧바로 임금보장으로 이어지지는 않고,임원 급여 부분이 노조와의 협의 사항도 아니어서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한국까르푸가 POS시스템의 유지 보수 등에 지출해온 연간 100억원대의 전산관리비도 삭감 대상 1순위다.

현재 한국까르푸의 전산시스템 유지 보수는 독일계 시스템통합업체 윈코닉스돌프가 맡고 있다.

이랜드 계열사인 '이랜드 시스템스' 관계자는 "2001아울렛,뉴코아 등에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비용을 현재의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