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애타게 찾는 영웅은 저 높은 곳에 있지 않다.

영웅은 바로 자신들이다.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귀에 담아야 할 철학은 윈스턴 처칠의 '미래의 제국은 마음의 제국'이라는 명언속에 들어있다."

4년 임기의 절반만 채우고 중도하차하는 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노벨상 수상자 출신의 첫 외국인 총장으로 관심을 모았던 그가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펴낸 책 '한국인,다음 영웅을 기다려라'(로버트 러플린 지음,이현경 옮김,한스미디어)에서 한 말이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포악한 사또를 내쫓는 한국 민담을 좋아한다면서 "고을 사람들이 지어낸 꾀는 훌륭하게 맞아 떨어졌으므로 그들은 정부 관리와 상인,장군들도 맘에 들지 않으면 같은 방법으로 계속 몰아낸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고을은 오명을 얻게 되고 상인들이 겁을 먹고 상점을 옮기며 젊은이들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법규가 제대로 지켜지는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된다는 것도 일깨운다.

그는 과학기술계의 그늘과 노동조합,한(恨)의 정서에 대해 조심스럽게 지적하면서 한국음식의 깊은 맛과 짧은 절정 뒤 적막으로 끝을 맺는 사물놀이에 대한 감탄 등 짧지만 길었던 한국체류 기간의 소회를 함께 적었다.

224쪽,1만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