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작은 꽃밭의 채송화를 보세요

저리도 쬐그만 웃음들로 가득 찬

저리도 자유로운 흔들림

맑은 전율들

내 속에 있는 기쁨도

내 속에 있는 슬픔도

태양 아래 그냥 내버려두면

저렇듯 소박한 한 덩어리 작품이 될까요?

저렇듯 싱그러운 생 자체가 될까요?

-김상미 '질투' 전문




채송화는 쪼그리고 앉아서 시간을 잊고 봐야 한다.

맨살 그대로 드러내 놓은 시골집 마당 한 켠에 옹기종기 피어 있는 것이면 더 좋다.

좁히고 좁혀서 더 이상 내줄 게 없는 작은 영토.과시하지 않고,있는 듯 없는 듯 수줍게 피어나는 채송화는 겸양의 꽃이다.

요즘 우리는 그런 작은 나라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가.

크고 높고 자극적인 것들에 지배당하는 세상.이처럼 거칠고 어수선한 길을 바쁘게 떠돌다가 우리는 다시 작은 영토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언젠가는 '쬐그만 웃음과 자유로운 흔들림이 있는 땅'에서 가끔 고민하고 자주 편안해하며 자족할 수 있을까.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