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지속됐던 노사 밀월관계는 끝나는가.'

'노사 갈등의 대명사'에서 '노사 상생의 교과서'로 변신해 재계의 부러움을 샀던 GM대우에 또 다시 노사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GM대우 노조는 다를 것'이란 재계 일각의 기대와 달리 압도적인 찬성률(77%)로 산별노조 전환이 가결된데다 노사 상생의 구심점이었던 닉 라일리 사장이 7월1일자로 GM 아시아·태평양 사장으로 영전해 상하이로 떠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번 산별 전환과 라일리 사장 이임이 GM대우 노사관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앞으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초강성 노조들과 호흡을 같이하게 된 만큼 GM대우 노조도 산별교섭의 결과에 따라 파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 대표적 강성 노조였던 대우자동차 노조는 2000년 10월 부도 이후 170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의 아픔을 겪은 뒤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2002년 10월 GM대우로 새 출발한 뒤엔 '회사부터 살리고 보자'는 생각에 단 한 차례 부분파업만 벌였고,회사도 지난 3월 '정리해고자 전원 복직' 결정으로 화답해 노사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GM대우는 이를 바탕으로 2002년 41만1573대에 불과했던 판매대수를 지난해 115만7857대로 끌어올리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번 산별노조 전환을 계기로 'GM대우 노조가 옛 모습을 되찾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GM대우 노조의 산별전환 찬성률은 현대차(71.5%)나 기아차(76.3%)보다 높았다.

특히 노조 지도부는 투표 직전 "GM대우 1만 노조원이 파업할 때와 금속연맹 16만 노동자가 파업을 벌일 때를 상상해보라.산별노조가 되면 온 나라를 '스톱'시킬 수 있는 만큼 사용자나 정부가 교섭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과거 강성노조 시절을 연상케 하는 유인물로 노조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라일리 사장이 떠나는 것도 GM대우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수시로 노조위원장을 만나 회사의 중요사안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던 라일리 사장의 '스킨십 경영'이 지난 4년간 GM대우 노사상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성재 노조위원장은 지난 3월 해고자복직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에 대한 라일리 사장의 개인적 관심을 바탕으로 사측이 노조를 회사의 미래를 함께 논의할 파트너로 인정해준 것이 상생의 바탕이 됐다"고 말했었다.

이처럼 화해무드를 구가해온 GM대우측은 이번 노조의 산별전환이 향후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일단 산별전환에 따른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노조와의 '4년 신뢰'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이 위원장 스스로 '삶의 터전을 어렵게 하거나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데도 투쟁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판단했다'고 말한데다 노조원들도 이에 공감하는 만큼 산별노조가 돼도 회사에 타격을 주는 행위는 최대한 자제하지 않겠느냐"고 기대섞인 전망을 내놨다.

라일리 사장 역시 지난 1일 잠실 롯데월드에서 열린 윈스톰 신차발표회에서 "지금까지 노조와 많은 협력관계를 구축한데다 노조 역시 회사의 성공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기 때문에 산별노조로 전환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회사 출범 뒤 밀월관계를 유지해온 GM대우 노사에 엄청난 풍랑이 찾아온 셈"이라며 "GM대우 노조가 산별전환 성공과 신임 사장에 대한 '기선 제압' 측면에서 현재 진행 중인 임단협을 강경하게 밀어붙일 경우 과거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