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F가 최근 동영상통화가 가능한 차세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수년 전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 '비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된 두 경쟁사는 이동통신 3세대(WCDMA)를 건너뛰고 3.5세대(HSDPA)로 직행,동영상통화 시대를 열었다.

반면 '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된 LG텔레콤은 투자 방향조차 정하지 못한 채 속만 태우고 있다.

사업권을 따낼 당시와는 달리 세계적으로 차세대 서비스를 동기식으로 준비하는 사업자가 없어 투자를 잘못했다간 벼랑으로 내몰릴 수 있다.

세계적으로 외톨이가 되면 글로벌 서비스에서도 절대적으로 불리해진다.

LG텔레콤은 지금도 서비스 수준에서 SK텔레콤과 KTF에 뒤져 있다.

경쟁사들은 2,3년 전 '준'이니 '핌'이니 하는 2.75세대 멀티미디어 서비스(EV-DO)를 제공하기 시작했고,이젠 동영상통화까지 할 수 있는 3.5세대로 건너뛰었다.

반면 LG텔레콤은 2.5세대(CDMA2000 1x) 음성통화 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데드라인'까지 넘겼다.

LG텔레콤은 2006년 6월30일 이전에 동기식 IMT-2000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정보통신부와 약속했다.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원칙대로 하자면 IMT-2000 사업권을 반납해야 한다.

정통부에 서비스 개시 시점을 늦춰달라고 건의하긴 했지만 사업권을 뺏길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LG텔레콤은 SK텔레콤 KTF의 차세대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금년 말께 'EV-DO rA'라는 기술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런데 IMT-2000 동기식 서비스는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기존 주파수 대역에서 투자하고 싶어 한다.

시간을 벌며 기술발전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전략이다.

답답하기는 정통부도 마찬가지다.

LG텔레콤이 약속을 어겼으니 정통부로선 법에 따라 △과징금 부과 △영업정지 △허가취소 등 3단계 조치를 내려야 한다.

이미 한 차례 시기를 연장해줬기 때문에 또 연기해주려면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정통부 간부들은 "원칙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정통부라고 LG텔레콤의 속내를 모를 리 없다.

세계적으로 비동기식이 대세가 됐는데 약속대로 동기식 서비스를 하라고 독촉하는 것은 낭떠러지로 내모는 처사일 수 있다.

또 동기식 사업권을 회수하고 나면 3자정립 경쟁구도가 깨진다.

그렇다고 시기를 다시 한 번 늦춰줄 경우 정책의 원칙이 흔들리게 된다.

정통부는 과연 LG텔레콤의 차세대 사업권을 회수할 것인가.

아니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 원칙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길을 터줄 것인가.

통신업계 관계자는 "LG텔레콤의 차세대 서비스 문제 해결에는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정통부가 민관협의체인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문제 해결을 모색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