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외환銀본점.KIC 압수수색 왜? ‥ 줄소환 앞두고 뒤늦은 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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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칼끝이 29일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의 진원지인 외환은행 본점과 전 외환은행장인 이강원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사무실을 곧장 겨냥했다.
검찰의 압수 수색은 매각 당시 외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6.16%로 턱없이 낮게 산정된 이유를 아예 처음부터 재규명하고 다음주께로 예상되는 혐의자 줄소환에 앞서 마지막 물증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검찰의 뒤늦은 압수 수색이 '구색 맞추기'나 '면피용'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조직적 개입이나 외압 여부 밝힐까
이날 오전부터 외은 본점에 들이닥친 대검 중수부 파견 수사관들은 팰런 이사회 의장과 웨커 행장,롤레이 부행장 등 주로 론스타가 선임한 임원들의 사무실이 위치한 15층과 재무기획부 및 여신심사부가 있는 16층을 집중적으로 뒤졌다.
외국인 임원들의 개인 컴퓨터 하드디스크까지 뜯어갈 정도로 강도 높은 압수 수색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 수사의 초점은 △2003년 말 기준 외은의 BIS 비율 전망치가 얼마였는지 △윗선의 외압은 없었는지 △론스타측의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다.
이같은 측면에서 이날 검찰이 자금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재무기획부와 여신심사부를 뒤진 것은 특히 주의 깊게 볼 대목이다.
검찰은 2주 전인 지난 15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본인과 부인,신재하 전 모건스탠리 전무 부인 등의 계좌를 압수 수색한 바 있다.
현대차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도 론스타 수사 담당인 대검 중수2과에서 매일 조사받고 있다.
변 대표와 이강원 KIC사장의 계좌 역시 추적 대상이다.
따라서 이날 압수 수색도 이들에 대한 계좌 추적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본점 대출 자료와 대조하기 위한 짝맞추기 차원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곧 검찰이 '이헌재 사단'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이 전 경제부총리 소환 여부에 대해 즉답을 회피한 채 "내부회의 자료 등을 빠짐 없이 검토하기 위해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반쪽짜리 수사' 가능성도
외은 헐값매각 의혹의 또 다른 한 축인 론스타 쪽은 검찰 수사의 아킬레스건이다.
검찰이 론스타 한국 사무소와 경기도 파주의 문서보관 창고,론스타 어드바이저 코리아 유회원 대표의 자택을 전격 압수 수색한 때는 지난 3월30일.하지만 지난 3개월간 검찰은 론스타 계열사인 허드슨 어드바이저 코리아 신동훈 전 부사장 등 3명을 개인 비리로 기소했을 뿐이다.
그나마 유회원 대표의 구속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고 키를 쥐고 있는 스티븐 리 전 대표는 해외에 체류 중이다.
지난 20일 개인 비리로 구속 기소된 우병익 KDB파트너스 대표는 보석으로 석방됐다.
검찰은 우 대표를 론스타 관련 인물로 분류했지만 결과적으로 무혐의가 입증된 셈이다.
검찰이 헐값매각 수사에 본격 착수한 지 열흘 만인 이날에야 외은 본점을 압수 수색한 것과 관련해서도 '성과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 감사만 석 달 넘게 걸렸고 관련자들끼리는 그 사이 수시로 접촉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핵심 자료가 그대로 보존돼 있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김병일·유병연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