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이 약해진 것은 외환위기 수습 과정의 상처와 후유증으로 경제적 '활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만 회복되면 재도약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29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연구소 창립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87년부터 97년까지 연평균 8.9%에 달하던 잠재성장률이 작년까지 최근 5년동안에는 5.1% 수준으로 떨어졌고 실제성장률은 잠재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상무는 이어 "일부에서는 이 같은 저성장 현상이 경제 규모 확대의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환위기 수습 과정에서 한국 고유의 장점이었던 경제 활력이 저하돼 나타난 '자기 실현적(self-fulfilling) 패배주의'가 보다 근본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영미.대륙.일본형 등 기존 해외 경제시스템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보다 우리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 한국형 시스템을 찾고 이를 통해 한국형 기업시스템 인정,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개혁, 고성장을 통한 분배구조 개선, 금융의 기업자금 중개기능 복원 등을 추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인철 수석연구원은 87년 이후 20년간 한국 경제시스템의 변화를 짚었다.

그는 외환위기 전 한국의 거시경제는 소비가 투자를 이끌고 투자가 다시 수출 확대로 이어지는 형태였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소비와 투자, 투자와 수출 사이의 연관 관계가 끊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외환위기 후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목표 수익률을 올려 잡고 보수적 투자에 나선데다 수출이 부품 해외 의존도가 높은 정보기술(IT) 위주로 이뤄지면서 산업간 연관성도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권순우, 김용기 수석연구원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외환위기와 이후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에 논의의 초점을 맞췄다.

권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프로그램과 이에 따른 구조개혁이 외환위기 탈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의 보수적 투자나 금융기관의 건전성 등 지나치게 '경제 안정성'이 강조되면서 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 역시 외환위기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미국 제도에 따라 진행된 결과 내국인 1대 지배주주와 외국인 2대주주의 충돌, 보수적 투자와 수비적 경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2000년 이후의 약한 내수 성장세가 앞으로 10년간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연평균 4.6%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해서는 가계부채 및 주택버블 문제, 가계 준조세 부담 가중 등에 대한 대책을 세워 소비 및 투자 불안 요인을 제거하고 총수요를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10년간 설비투자가 연평균 5%씩만 늘어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현재보다 0.9%포인트 높은 6%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