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오는 7월1일 개설 10주년을 맞는다.

코스닥시장은 그동안 수많은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역할을 하면서 국가경제 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상장기업의 투명성 결여,대주주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전문가들과 함께 코스닥시장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해보는 좌담회를 가졌다.

◆ 사회(최완수 한국경제신문 증권부장)=코스닥시장의 지난 10년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꿈과 좌절을 함께 안겨줬다.

지난 10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곽성신 코스닥시장본부장=코스닥시장은 사실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갖고 출범한 시장이다.

코스닥시장이 있었기에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벤처기업이 왕성하게 일어날 수 있는 금융인프라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본다. 지난 10년간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27조원이나 된다.

◆ 김지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교수(코스닥상장위원회 위원장)=코스닥시장은 대학 졸업생이나 기업 연구소에 있는 인재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이들이 스스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했다. 이게 가장 큰 공이라고 생각한다.

◆ 김재찬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부회장=숫자로 보면 코스닥 총매출액은 62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나 차지한다.

수출 실적은 20조원으로 국내 수출의 7%를 점유하고 있다.

그동안 양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었고 질적으로도 많이 성숙해졌다.

◆ 사회=그동안 크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시장은 아직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 김용환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코스닥시장의 신뢰성이 떨어진 것은 몇몇 대주주들의 불공정행위 때문이라고 본다.

앞으로는 경영권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금감위가 철저하게 심사를 할 것이다. 우회상장하는 업체들도 신규 상장업체와 똑같이 심사를 하겠다.

증권사가 코스닥기업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자들이 회사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알면 대주주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든다.

코스닥기업이 IR(기업설명회)를 통해 투자자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 곽 본부장=코스닥기업들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를 몇 가지 유형별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상장을 할 때 매출을 허위로 기재한다든가,이익을 가공으로 만들고 상장 후에 실적이 나빠져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치는 경우다.

둘째는 주식 불공정거래인데 이것은 내부자 관련 없이는 어렵다.

셋째는 퇴출돼야 할 기업이 퇴출을 피하기 위해 증자하면서 가장 납입을 하든가,아니면 고금리 자금을 빌려 증자하고 대주주나 대표가 횡령하는 경우다.

마지막 유형은 시장이 좋을 때 불필요한 증자를 많이 하여 방만한 경영을 하는 것이다. 거래소에서는 각 유형별로 대책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 사회=기업 입장에서 상장 유지 비용이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 김 부회장=이번 기회에 정부쪽에 건의를 하고 싶다. 정책수립시 비용과 효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과연 소기업까지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받는데 회사별로 1억~1억5000만원이나 든다. 전체적으로 1000억원 이상 들어가는데 비용 대비 효율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또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유가증권 관련 규정과 코스닥시장의 공시규정,상장규정이 지난 5년간 80회나 개정됐다. 제도가 자주 바뀌어 혼란스럽다.

◆ 김 국장=좋은 말씀이다. 엔론 사태 이후 회계제도를 많이 바꿨는데 잘 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부담이 된다고도 한다.

그러나 어차피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기업이 느끼는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추진하려고 한다.

공시도 너무 많다. 지난번에 완화했지만 여전히 많다.

똑같은 자료를 거래소와 감독원에 내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을 것이다.

이것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

◆ 김 교수=사실 코스닥은 세계 신시장 중에서 나스닥에 이어 2위 시장이다.

이제는 우물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코스닥시장도 외국기업을 상장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상장되고 국제 회계기준이 적용되다 보면 기업의 투명성도 높아질 것이다.

다만 관리하는 코스닥시장본부나 감독원이 기업들에 일관된 신호를 보내주는 게 중요하다.

◆ 사회=코스닥시장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안정적인 수요기반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 김 국장=코스닥의 매매비중을 보면 개인이 90%가 넘는다. 기관투자가들이 비중을 늘려야 시장이 안정된다.

다행히 우리도 적립식펀드가 활성화돼서 외국인이 팔아도 그런대로 버틸 수 있게 됐다.

개인들도 직접투자는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간접투자쪽으로 돌아섰다.

외국의 경우 기업연금이 시장의 큰 수요가 됐다.

우리는 지난해 말부터 도입했는데 앞으로 시장을 키워줄 큰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 김 부회장=기업들도 IR를 자주하고 분석 리포트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잘 안 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회사를 알리려는 업체들에는 제도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규정변경 등을 할 때 의견 수렴 절차를 더 명확히 했으면 한다.

◆ 김 교수=대한민국이 앞으로 뭘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결국은 하이테크 산업이다.

상장시 이들 기업에 대해 기술성 평가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게 투자자들을 오도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기업들에는 기술성 평가를 통해 상장된 기업이라는 정보를 따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 곽 본부장=앞으로 10년 후 코스닥시장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요즘 많이 받는다.

그 대답은 벤처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자금조달을 했다는 얘기는 있지만 투자자들이 큰 돈을 벌었다는 얘기는 없다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코스닥시장이 기업자금 조달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투자자들이 수익을 올리는 데 좀더 집중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또 분석 보고서가 많이 나오게 해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줘야 한다.

공시 퇴출 등을 철저하게 적용해 기업의 본질적인 요소 외에서 생기는 리스크도 줄이도록 하겠다.

정리=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 참석자 ]

사회 < 최완수 한국경제신문 증권부장 >

곽성신 <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
김용환 <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
김재찬 < 코스닥상장법인協 부회장 >
김지수 < KAIST 교수ㆍ코스닥상장委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