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시장에 터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급속히 대두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 터키 국채가 디폴트될 경우를 대비한 신용파생상품인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의 가격이 최근 급등,아르헨티나가 디폴트를 선언했던 2001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DS는 채권이 부도가 날 경우를 대비해 사두는 일종의 보험과도 같은 파생상품으로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블룸버그는 달러표시 터키 국채(2011년 만기)에 대한 CDS 가격이 5월 초에 비해 두 배 이상 오른 31만5000달러에 달하고 있다며 이는 2001년 디폴트 직전 아르헨티나 국채 CDS 가격(32만5000달러)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채권시장에서는 터키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터키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경상적자 누적 등 경제 불안 속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으로 국제투자자금이 지난 5월 초부터 터키를 빠져나가면서 통화가치와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데다 물가마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의 리라화 가치는 지난 4월 말 이후 21%나 빠져 3년 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6712리라화를 기록하고 있다.

터키증시의 ISE100 지수도 5월부터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서 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직전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월28일에 비해 33%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물가는 지난 5월에만 9.9% 상승,정부의 연말 억제 목표치(5%)의 거의 두 배까지 뛰어올랐다.

터키 중앙은행은 리라화 급락과 인플레 억제를 위해 지난 25일 긴급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무려 2.25%포인트나 인상했다.

이달 초 금리를 1.75%포인트 올린 이후 두 번째로 이달 들어서만 인상 폭이 4%포인트에 달했다.

터키의 기준금리는 연 17.25%가 됐다.

금리 인상으로 리라화는 26일 반짝 상승세로 돌아섰으나 주가는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둔화 우려로 이날 하루에만 또 다시 3.6%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상적자 누적과 높은 인플레이션,유럽연합(EU) 가입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이머징 마켓 중에서도 터키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줄리우스 바에르 은행의 수석 펀드매니저 엔조 푼틸로는 "어떤 것도 리라화 가치 하락을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터키 금융시장에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