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수출계약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금 수입에 따른 부가가치세를 면제받았던 무역회사들이 세무서를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이들은 가공 수출용으로 금을 들여올 경우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는 점을 악용했다.

이에 따라 무역회사와 귀금속업체들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전국 법원에서 벌이고 있는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의환 부장판사)는 귀금속 수출입업체인 C무역회사가 599억원의 부가가치세를 취소하라며 서울 강서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금을 원고로부터 구입한 귀금속 가공 업체들은 실제로 금을 수출할 의사가 없었고 존재하지 않는 해외 업체와 맺은 허위 수출계약서를 은행에 제시해 부가가치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구매확인서를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수출계약서가 가짜라는 사실을 무역회사가 알았다는 정황만으로도 세무당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의 거래처들은 금을 수출하지 않고 국내에 불법으로 유통시키면서 거액의 부가가치세를 포탈하고 도피 또는 잠적했다"며 "원고도 거래처들이 수차례에 걸쳐 단기간 거래한 뒤 사업체를 폐업하는 사정을 잘 알면서 거래를 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자신의 자금으로 금 구매대금을 지불한 후 이를 거래처에 파는 방식이 아니라 거래처에서 금 구매대금을 입금받아 이 돈으로 금을 사들여 원고의 자금은 전혀 쓰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C무역은 1999년 11월부터 2001년 2월까지 10개 업체에 금 3만7529kg을 4019억원에 팔고,이들이 은행에서 발급받은 구매확인서를 제시해 금 판매가 '수출용'이라며 부가가치세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세무서측이 제출된 서류가 가짜라며 2001년 1월 599억원의 세금을 부과하자 C무역은 세무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도 금 도매업자가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19억원의 부가가치세 취소 소송에서 같은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행정소송 전문인 한강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그동안 무역회사들이 금을 수출입할 때 세무서에 제출하는 구매확인서가 가짜라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사실상 뒤집은 것"이라며 "세무당국이 이처럼 허위 수출계약서로 세금을 포탈한 사례를 대대적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