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동 대륭포스트타워 15층에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아이리사아이디와 엑사이엔씨가 이들 부자가 운영하는 기업이다.
구자극씨는 아이리사아이디 사장겸 엑사이엔씨 회장이고 아들 본현씨는 엑사이엔씨 사장을 맡고 있다.
아이리사아이디는 2004년 LG그룹의 지주회사 설립작업 과정에서 LG전자로부터 분사한 회사다.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은 두 눈의 홍채를 인식해 출입을 통제하는 보안시스템.생체인식 보안시스템은 편의성과 보안성이 높은데다 미국 등 선진국이 최근 전자여권 등에 본격적인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성장성이 큰 솔루션으로 꼽히고 있다.
아이리사아이디는 작년 상반기까지 미국과 캐나다의 공항 등에 시제품을 소량 납품해오다 작년 하반기부터 인도 주정부인 안드라프라데시주에 1200대(1000억원 규모)의 보안시스템을 공급하는 등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아들 구본현 사장이 엑사이엔씨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7년 말이었다.
미국 대학 석사과정 유학을 준비 중이던 그에게 부친이 '친구가 예림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를 하고 있는데 출국할 때까지 몇 달 경험을 쌓아보라'고 권유해 대리로 입사한 것.하지만 이 회사는 구 사장이 유학을 떠나기도 전에 부도를 내고 말았다.
이에 구 사장은 부친에게 도움을 요청,아예 회사를 떠맡았다.
3년 만인 2001년 법정관리 '졸업장'을 받아낸 구 사장은 지난 해 영상부품을 다루는 코스닥 등록업체 이림테크를 인수해 합병한 후 회사 이름을 지금의 엑사이엔씨로 바꿨다.
이후 엑사이엔씨는 온도 보상형 주파수 조정기(TCXO)사업을 본격화해 최근 미국의 휴대폰 부품업체인 폭스일렉트로닉스와 150만달러,독일 일렉트로닉스사와 300만달러어치의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TCXO는 휴대폰을 장시간 사용할 경우 단말기 온도가 올라가 주파수가 틀어져 통화 음질 등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부품이다.
전체 2000억원 규모의 국내 시장에선 NDK 등 5개의 일본 기업들이 8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15%도 국내 기업이 부품을 수입해 반제품을 만들고 있다.
구본현 사장은 "일본 기업들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멋대로 물량을 조절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 대기업인 S사와 L사 등이 실시 중인 제품 테스트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올해 이 부문에서 150억원가량을 수입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엑사이엔씨의 올해 매출도 작년에 비해 24% 늘어난 12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구 사장은 "처음 이림테크 인수 얘기를 꺼냈을 땐 아버님께서 '우회상장하려는 것 아니냐'며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지만 TCXO 기술의 잠재력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니 결국 수락하셨다"며 "지금도 고충이 있을 때마다 아버님께 많은 조언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