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소외됐던 셋톱박스 관련주에 햇살이 비치고 있다.

국내 케이블TV업체들이 2010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끝내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셋톱박스주가 최대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10년까지 모든 케이블TV 가입자 가구에 디지털 셋톱박스를 공급할 경우 시장 규모가 약 3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2일 증권시장에서는 휴맥스 가온미디어 셀런 등 셋톱박스업체와 VOD(주문형비디오) 서버공급 업체인 큐론 등이 8%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셋톱박스 업체들은 월드컵 특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디지털TV로의 전환 속도도 늦어지면서 지난 2월 이후 줄곧 약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20일 한국케이블TV방송국협의회가 2010년까지 양방향 디지털방송서비스를 전면 도입하고 HD(고화질)급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주가도 급반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2007년부터 관련 매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국내 디지털 케이블TV 셋톱박스 시장 규모가 2010년까지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디지털로의 전환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셋톱박스업체들은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성장 모멘텀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대우증권은 이날 2010년까지 국내 케이블TV 가입자가 현재 수준인 1335만명보다 21.3% 늘어난 1620만명에 이를 경우 디지털 케이블TV 셋톱박스 시장의 규모가 3조528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케이블TV의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경쟁매체로 떠오르고 있는 IPTV서비스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하나로텔레콤은 셀런과 손잡고 내달 10일부터 IPTV와 유사한 형태의 TV포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IPTV셋톱박스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로텔레콤은 당장 셀런을 통해 IP셋톱박스를 공급받지만 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구매선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우리투자증권 김동준 연구원은 "국내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 국내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더욱 용이해질 수 있다"며 "이번 발표가 셋톱박스업체들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