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한 상속세 납부로 가업의 승계가 불가능하다면 회사 재산의 사외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상속세율을 낮추는 게 국가 경제에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정동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22일 한국기업윤리학회·한국윤리학회가 연세대 상남경영원에서 '경영권 상속과 기업윤리'를 주제로 마련한 춘계 공동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상속세율을 소득세율과 같은 수준이나 그 이하로 낮추면 부자들이 열심히 사업을 벌여 부를 쌓아 법인세와 상속세를 많이 납부하고 고용이 증가해 저소득층이 더 많은 고용기회를 얻게 된다"며 상속세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은 경영권이 포함된 지분일 경우 65%(할증세 포함)인 반면 소득세 최고세율은 35%이다.

김 교수는 "상속세율이 한국보다 훨씬 낮은 미국에서 상속세를 폐지하려는 이유는 상속세가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일부 부자들이 상속세 폐지에 반대해 존경을 받고 있지만 실상 이들은 이미 상속세 문제를 편법으로 해결했거나 상속세 때문에 불가피하게 매각하는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돈을 벌어왔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재산상속이 빈부격차를 영구화시키기 때문에 비윤리적이라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교수는 부자들이 세금을 얌전히 내거나 사회에 환원할 것을 기대하는 것에 대해 "인간은 이기적인 영악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순진한 생각이거나,부자들이 사회에 환원하는 자금을 기금으로 만들어 이를 맡아서 운영하고 싶어하는 자들의 농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설령 부자들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해도 그 돈이 기업에 있을 때보다도 더 효율적으로 사용되기 어렵다"며 "주인이 있는 기업이 운영하는 것이 주인이 없는 기금이 운영하는 것보다 국가 전체의 입장에서 더 효율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황경식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상속세제의 글로벌 추세를 따라야 한다는 말에는 일리가 있으나 경영권 승계의 글로벌 추세를 먼저 따라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은 시장에서의 성과를 통한 검증과정을 거치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우리의 상속과세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상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재산형성 과정의 불투명성과 탈세방지 장치의 미비 등 세제상의 취약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상속세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